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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응달서 양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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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미분양 주택이 많던 경기도 김포시 분양시장에 화색이 돈다. 지난해 12월 초 분양을 시작한 김포 한강신도시 e편한세상 캐널시티는 한 달 여 만에 완판됐다. [사진 대림산업]

지난달 18일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한강센트럴자이 견본주택엔 신바람이 불었다. 이날 1차 물량(3481가구) 마지막 가구가 팔렸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5월 순위 내 청약자가 전체 가구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 9월 초만 해도 계약률이 50%를 밑돌았지만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미분양이 팔리기 시작해 3481가구가 모두 주인을 찾았다. GS건설 박희석 분양 소장은 “단지 규모가 워낙 커 상품의 장점 만으로는 계약에 한계가 있는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소식 등에 망설이던 대기 수요가 움직여 완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때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던 경기 고양·김포·용인·파주·화성, 인천 송도·청라·영종지구 같은 수도권 일부 지역 분양시장에 볕이 들고 있다. 지난해 말만 해도 이들 지역 미분양 물량(2만2328가구)은 전체 수도권 미분양의 75%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1년만에 미분양이 절반 가까이 줄어 1만1865가구(지난해 11월 말 기준) 수준이다. 김포시는 1년새 미분양 80%가 줄어 677가구 남았다. 화성시는 62% 감소해 875가구, 파주시는 76% 줄어 618가구에 불과하다.

 찾는 사람이 늘자 일부 아파트 분양권에 웃돈이 붙었다. 지난해 초만 해도 분양가 이하에 매물이 나왔던 인천 송도지구는 최근 전용 85㎡ 이하 중소형을 중심으로 호가(부르는 값)가 2000만~3000만원 올랐다. 호반베르디움 63㎡형(이하 전용면적)은 분양가보다 1500만원 정도 더 줘야 한다. 더샵 퍼스트파크 59㎡형은 2000만원 정도 웃돈이 형성됐다. 기존 집값도 상승세다. 지난해 고양(5.35%), 용인(5.53%), 화성(6.43%), 인천(5.12%) 상승률은 수도권 평균(4.61%)보다 높다.

 비싼 서울 전셋값에 밀려 주변 지역으로 눈을 돌린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1864만원(지난해 12월 기준, KB국민은행)이다. 지난해 거래된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억6000만원 선이다.

용인시 신봉동 신봉부동산랜드 최의규 사장은 “서울의 비싼 전셋값이 시달리느라 지친 수요자들이 저금리 담보대출을 끼고 싼 집을 사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4월께 민간단지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새 아파트 분양가가 오를 것으로 보이자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싼 미분양 쪽으로 움직이는 수요자도 적지 않다.

 교통망 등 생활기반시설이 갖춰지면서 주거여건이 나아진 것도 이유다. 파주시는 지난해 말 서울 용산으로 이어지는 경의선 전 구간이 개통하면서 서울까지 30분대에 이동할 수 있다. 인천 청라지구도 지난해 6월 인천공항철도 청라역이 운행을 시작하면서 서울역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여기에 미분양을 팔기 위해 업체들이 내건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무료 확장 등 다양한 분양혜택이 긍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가 살아나자 그간 분양시기를 저울질하던 업체들이 적극 분양에 나서고 있다. 올해 용인시에선 1만4000여 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고양시(7000여 가구), 김포시(4500여 가구), 인천 청라지구(4000여 가구)도 분양 물량이 넉넉하다. KB국민은행 임채우 부동산전문위원은 “그간 미분양이 쌓였던 데는 수급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향후 공급 계획도 파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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