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예능프로, 아이·동물 말고 뭐 없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비정상회담’ 멤버들이 다른 멤버의 집을 찾아가는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사진 각 방송사]

주말 TV 예능 프로그램 경쟁이 치열하다. 지금 인기 프로라도 경쟁사에서 이내 베끼기에 나서니 안심할 게 못된다. 여전히 인기인 육아 예능도 그렇다. 주말 TV에는 ‘슈퍼맨이 돌아왔다’(KBS2), ‘오! 마이 베이비’(SBS) 등 연예인 가족의 육아, 특히 아빠가 어린 자녀를 돌보는 모습이 여럿 등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첫 주자였던 ‘아빠! 어디가?’(MBC)는 방송 2년 만인 2주 전 막내렸다. 음식점에 빗대면 비슷한 메뉴가 경쟁하며 원조집이 먼저 문을 닫은 셈. 화제의 프로라도 장수하기 힘들만큼 빠르게 트렌드가 변하는 요즘 방송가의 단면을 짐작하게 한다. 게다가 주5일제가 정착하면서 주말 예능 경쟁은 금요일 밤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자연히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려는 시도도 숨가쁘게 이어진다.

 ‘아빠! 어디가?’ 후속으로 신설된 ‘애니멀즈’도 그 예다. 연예인 출연진과 동물의 교감에 초점을 맞췄다. 멀리 중국까지 찾아가 만난 팬더나 유치원 어린이들과 어울리게 된 강아지, 연예인들과 한 공간에 머물게 된 타조·당나귀 등 다양한 동물이 등장한다.

tvN ‘삼시세끼-어촌편’. [사진 각 방송사]

귀여운 동물은 육아 예능의 어린이들만큼이나 보는 이를 미소짓게 할 수 있는 요소다. 물론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다. 이미 700회를 넘긴 ‘TV 동물농장’(SBS) 같은 장수 프로도 있고, ‘삼시세끼’ 시리즈(tvN)에도 강아지나 염소가 사람 출연자 못지 않은 역할을 해냈다.

 지난 토요일 첫 방송을 한 ‘나홀로 연애중’(JTBC)은 가상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독특한 컨셉트를 내세웠다. 여성 연예인이 미리 연기한 VCR 속 상황을 보고 남성 출연진들이 여성의 호감을 살 수 있는 행동을 퀴즈 형태로 답하는 형식이다. ‘나홀로…’의 성치경 PD는 “싱글족이나 나홀로족이 많은 현실을 반영했다”며 “1인칭 시점에서 연애 감정을 느껴볼 수 있는 프로”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트렌드가 빨리 바뀌기 때문에 예전처럼 한 프로를 오래 이어가거나 새로운 아이템 발굴하는 게 쉽지 않다”며 “새 아이템이 나오면 다른 방송에서 재빨리 베끼기를 해서 빨리 소모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아빠! 어디가?’ 후속으로 신설된 MBC ‘애니멀즈’. [사진 각 방송사]

 반면 ‘용감한 가족’(KBS2)의 김광수 PD처럼 “새로운 아이템 발굴이 어렵다기보다 예능 포맷이 리얼리티가 주류를 이루면서 서로 엇비슷해 보이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는 “리얼리티라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서로 다르다”며 “연기자(출연진)가 달라지면 전혀 다른 내용이 되는 게 리얼리티 프로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용감한 가족’ 역시 금요일 밤을 겨냥해 2회째 방송된 신설 프로다. 물 위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캄보디아 마을에서 연예인 출연진이 각각 아빠·엄마·삼촌·딸·아들이라는 역할을 맡아 일상을 헤쳐나간다.

 제목이나 기본 형식을 그대로 두고 출연진을 전면 교체해 새로운 시즌을 만드는 것도 최근 예능에서 자주 벌어지는 현상이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with 프렌즈’(SBS)와 ‘나는 가수다3’(MBC)는 지난 금요일 새로운 출연진으로 새 시즌을 시작했다.

 인기가 검증된 프로그램의 요소를 바탕으로 온전히 새 프로를 만드는 일명 스핀오프도 인기다. 농촌이 무대였던 ‘삼시세끼’에 이어 방송 중인 ‘삼시세끼-어촌편’(이상 tvN), 오는 7일 첫 방송을 앞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JTBC)가 좋은 예다. ‘내 친구…’는 ‘비정상회담’의 스핀오프다. 멤버 가운데 장위안의 중국 집을 유세윤·기욤 패트리 등이 찾아가는 에피소드부터 시작한다. ‘내 친구…’의 방현영 PD는 “일반 관광지가 아니라 친구가 직접 살아온 동네를 찾아 가족을 만나고, 친구를 통해 그 나라의 참모습을 이해하려는 것”이라며 “‘비정상회담’이 이론 편이라면 ‘내 친구…’는 실제 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남·정아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