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늦어 망명결심"|중국시보가 밝힌 귀순중공조종사 손천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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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박병석기자】 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손천근씨는 망명동기를 『아버지가 문화혁명기간동안 숙청당한 뒤 사망했으며 그후 15년간 줄곧 원수를 갚는다는 생각을 잊은 적이 없어 이번에 실행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자유중국의 유력일간지 중국시보가 서울발 기사로 8일 보도했다.
손씨는 섬서성 서안리 영량구 출신으로 56년 중공공군에 입대, 27년의 경력을 갖고 있다. 손씨의 가족으로는 유씨성의 홀어머니와 43세의 부인, 그리고 아들(18)과 딸(13) 각각 하나씩 두고 있다.
손씨는 섬서성 서안시험비행연구소를 졸업, 이 연구소의 중대장으로 근무했으며 2, 3개월 전 가족을 서안에 둔채 혼자 대련으로 옮겨왔다.
손씨는 과거 이미 한차례의 범법으로 비행기조종금지처분을 받은 적이 있으며 75년 다시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됐다.
손씨는 한국국방부 관리들에게 그의 가족관계 및 자신의 경력, 중공사회의 부정부패 등을 모두 털어놓았다고 중국시보가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손씨의 동료들 중 가정환경과 배경이 좋은 사람들은 능력에 관계없이, 고위간부가 되었으나 손씨는 아직도 상대적으로 중대장급의 비교적 낮은 직급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등소평이 집권한 후 등에게 탄원서를 보냈으나 이것이 도리어 상급간부들의 비위를 건드리게돼 중용되지 못했으며 낮은 계급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됐다.
손씨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는 생각과 자신에 대한 차별대우 등으로 망명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자유중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손씨가 항공이론 및 비행경험이 많은 최상급 조종사로서 그의 임무가 신기종의 전투기를 시험비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중국시보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관계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손씨가 새로운 기종을 설계하는 기술자들과 함께 근무했다면 그는 중공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전투기의 성능과 장·단점 등을 상세히 알고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또 손씨가 소속되어 있던 시험비행단은 전술부대소속으로 주요임무가 공군전술운용의 테스트로서 비행편제나 전술·비행기 제조공장 등에 대한 지식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손씨가 소속된 중공 심양군구의 공군부대는 중공공군의 4개 주력부대중 하나다. 이곳에는 6개의 전투부대가 전투기·폭격기 등 8백10대의 작전비행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중공 전체 공군기의 20%에 해당된다.
8백10대의 공군기중에는 중공의 주력인 미그19기와 이의 개량형인 「섬6형」 5백78대, 미그17기(섬4형) 1백30대, 기타 미그15기(섬2형) 24대 등이 있다.
이중 손씨가 조종한 것과 같은 미그21기(섬7형)는 심양군구안에 겨우 28대 밖에 없는 최신형이다.
중공은 현재까지 약3백대의 미그21기를 생산했으며 이것들은 북경과 심양 등 2개 비행단에만 배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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