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그21기 몰고 귀순한 중공 손천근씨 오형근 선례따라 초리될 듯. |피착륙국 영토주권 적용|군용기의 귀순은 민항기 불시착과는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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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종식 국방부대변인은 손씨가 우리공군기지에 도착한 즉시 『제3국으로 망명을 요청했고 그에 대한조사가 끝나는 대로 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기체문제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씨의 선례에 따른다면 손씨의 대만망명 허용과 기체의 국내잔류를 예상할 수 있으나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것은 오씨 사건때 국내법절차를 밟지않아 법에 따른 처리가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다.
외무부관계자는 오씨 사건때 우리 정부는▲국제관행과 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라 오씨의 자유의사를 존중하며▲기체는 우리가 보존하되 중공측과 송환절차에 관해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2개의 기본입장을 갖고 사건처리에 임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오씨사건때 사건발생 3일후에 공식발표 했고 그 처리방침을 1주일 후에 밝혀 당시 이 사건처리방안을 두고 고심했음을 방증했다.
정부는 중공기 망명사건이 61년9월 소포언·고우종씨가 민간항공관리국소속 경수송기를 몰고 망명한 이래 처음있는 사건이기도하고 그동안 한·중공을 둘러싼 국제여건의 변화 등을 고려, 그 처리를 신중히 할 필요가 있었던 때문인 것으로 이해됐다. 정부는 61년 사건때는 두 조종사의 자유중국 망명요청을 받아들여 그들과 기체를 모두 자유중국에 인도했었다.
당시 자유중국은 유엔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이었을 뿐 아니라 자유세계 대다수국가가 자유중국을 중국유일합법정부로 인정하던 국제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씨 사건이 났을때는 중공과 자유중국의 입장이 완전히 반전돼있어 정부도 그 점을 묵과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타국인이 비행기를 타고 제3국에 무단착륙하는 행위는 일단 불법입국과 영공침해에 해당하므로 그 행위주체자와 기체반환문제는 피해당사국의 영토주권에 귀속한다.
이에 대한 국제관행은 무단착륙기가 ▲기상조건 또는 기체고장 등의 불가항력적 사고에 의한 불시착인지 ▲아니면 정치적 망명을 목적으로 한 불시착인지에 따라 적용원칙이 달라진다.
전자의 경우 재난에 의한 긴급피난이므로 조종사와 비행기를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관례다.
후자의 경우 각종 국제관행과 세계인권선언은 망명권을 인정해 망영의사를 존중해주는 것이 확립된 관행이다. 비행기에 관해서는 속구권은 몰수하지만 서방측은 본국에 돌려주는 관행이 서있다.
76년9월29일 소련의 「벨렝코」중위가 미그-25기를 몰고 일본에 망명했을 때 일본이 비록 영공불법침해에 대한 조사의 명목으로 기체해체조사를 했지만 동년11월15일 소련측에 기체를 인도했다.
일본정부는 「벨렝코」의 미국망명에 앞서 출입국관리령 및 영공침해라는 국내법을 적용, 입건한후 기소유예처분을 내려 그의 미국망명을 허용했다.
정부가 법에 따른 처리라고 밝힌 것으로 보아 일본의 「벨렝코」 사건처리처럼 일단 손씨를 영공침해 및 불법입국혐의 등으로 입건한 후 기소유예처분으로 제3국으로의 망명을 허용해 중공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배려를 간접적으로 밝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때 적용할 수 있는 국내법규로는 출입국관리법 8조2항(한국정부가 승인하지 않은 국민이 허가없이 입국, 3년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1백만원이하의 벌금) 과 항공법 134조1항 (외국항공기가 허가없이 국내운항, 50만원이하의 벌금) 등의 위반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손씨에 대한 법적 처리가 끝나면 즉시 그의 망명희망국과 외교적 협의를 거쳐 선례에 따라 희망국으로 내보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공민항기 사건을 계기로 쌓여진 한·중공관계의 발전으로 미루어 희망국이 자유중국이라하더라도 바로 가지않고 유엔난민수용소를 거쳐 희망국으로 가는 방안도 전적으로는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손씨의 희망국이. 자유중국이 아닐 경우는 중공과의 불필요한 마찰이나 자극을 피하기 위해 제네바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UNHCR) 과 협의, 일단 유엔난민수용소에 보낸후 그곳에서 다시 망명처로 가도록 할 공산이 짙다.
81년10월 체코중립국감시위원단의 「보르스차크」 1병이 판문점을 통해 한국으로 넘어와 미국망명을 요청했을때 바로 이 방법이 적용됐다. 그러나 손씨가 자유중국 아닌 다른 나라로의 망명을 희망했을 것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기체의 경우는 오씨 사건때는 중공즉과 송환협의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나 중공측의 협의요청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중공측이▲지난 10개월 사이에 3번이나 비행기의 한국탈출이 잇달았고▲이번 미그-21기는 중공의 비교적 신예기일 뿐 아니라 북한보유의 최신예기여서 군사적 보호대상일수 있으며▲이번 미그-21기는 중공이. 새로 개량해서 시험비행중인 기종 (조종사가시험비행연구소 소속)일 가능성도 있고 또▲민항기 사건의 한·중공합의각서 제9항에서 『상호협조 정신을 금후 양측이 관련되는 긴급사태 발생시에도 계속 유지』키로 합의한 사실 등을 미루어 중공의 태도변화 가능성도 없지 않아 귀추가 주목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처리는 국제협약상의 엄격한 처리제약을 받는 민항기불시착 사건과는 달라 전적으로 군용기 피착륙국의 영토주권이 적용된다.

<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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