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뭇솔리니 찬양열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파파는 인자한 가장이었읍니다. 대장간집 출신인 파파는 인류의 영혼을 다듬었읍니다』 「히틀러」와 손잡고 이탈리아를 파멸로 이끈 파시스트 「뭇솔리니」의 70세난 아들이 청중앞에 나와 자랑스레 열변을 토한다. 그러면 청중들이『뭇솔리니,뭇솔리니』라고 박자를 맞추어 환호한다. 지난해만 해도 TV에 얼굴을 비치지못하던 「뭇솔리니」의 아들「빗토리오·뭇솔리니」가 올들어서는「뭇솔리니」탄생1백주년 기념회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국영TV에 나와 의젓하게 아버지자랑을 할만큼 이탈리아의 네오 파시스트들이 고개를 들고있다.
지난달29일 1백번째 생일이 되던날 절정을 이루었던「뭇솔리니」의 열기는 비단 네오 파시스트에게만 국한된게 아니다. 정치활동과는 무관한 일반대중들에게도 『강력한 이탈리아』를 되새기게 하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게 하고있다.
골동품상이나 벼룩시장에서는 「뭇솔리니」의 옛날사진·기념우표·그의 목소리가 담긴 낡은 레코드판이 비싼값에 거래되기도한다.
뿐만아니라 「뭇솔리니」의 아들 「빗토리오」가 제작·감독한 『내 아버지 「뭇솔리니」라는 영화가 민간TV를 통해 방영되고 국영TV도 『「뭇솔리니」의 모든것』 이라는 특집을 방영했다.
75년만해도 「엘리제」라는 전기작가가 『「뭇솔리」의 파시즘은 당초는 국민운동이었다』는 내용의 책을 퍼냈다가 호된 비판을 받아 아예 서점에 내놓지도 못했으나 요즘은 그의 전기등이 거리의 도서판매대까지 뒤덮고있다.
일반인들의 「뭇솔리니」에 대한 관심은 그의 출생지인 프레라피오의 묘지구경꾼 행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인구6천명의 이조그만 동네에 어떤 때는전세버스로 3천여명의 묘지순례자들이 몰려들어 공산당출신의 시징이 질겁하고있다.
이처럼 「뭇솔리니」 열병이 번지게되자 대통령에게 국영방송에서 「뭇솔리니」 프로그램을 중지시켜달라는 청원이들어가고있다.
그러나 TV와 라디오는 앞으로도 「뭇솔리니」에 관한 프로를 6개나더 준비중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렇게되자 시민들중에는 『앞으로 몇달동안 더끼니때마다 「뭇솔리니」로 배를 채울 생각을 하니 배만 먼저 아프다』 고 빈정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에 최근들어 「뭇솔리니」 가 붐을 이루고있는데 대해 이탈리아에 다시 파시스트가 대두하리라고 걱정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않은 것같다.
지난 6월말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뭇솔리니」 아류의 네오파시스트인 MSI (이탈리아 사회문동)가 종래보다 1·5% 증가한 7% (2백50만명)의 지지표를 얻은데 대해 의외라고 놀라기는 했다.
더우기 지난 40년간 이탈리아의 중심정치세력이었던 기민당이 6%나 잃고 32%밖에투표하지못해 일부에서는 파시스트성향이 짙어지는 조짐으로 보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견해는 선거결과가 정치제도와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야유의 인상을 짙게 풍기고 있는것으로 분석하고었다.
지난4년간 8차례나 내각이 바뀌는 다수연립정권의 불안정, 끊이지않 는테러에 의한 사회불안, 사화지도층의 부패에 대한 환멸이 정치적 야유형태로 나타났으리라는 견해다.

<본=김동수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