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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한류"항한류' 왜 생기나] 중국 문화 종주국 위기감 일본 반한 감정 + 시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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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 도쿄 긴자의 서점에서 20일 한 여성이 혐한류 만화책을 보고 있다. [재일 사진작가 권철 제공]

한류가 주류라면 '혐한류(嫌韓流)'나 '항한류(抗韓流)' 등 반(反)한류는 아직 지류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류가 모이면 주류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일본의 혐한류나 중국의 항한류는 인터넷과 출판물을 통해 살금살금 번지는 추세다. 드라마'대장금'을 보기 위해 서둘러 퇴근할 정도로 뜨거운 한류 열기가 주변국 일각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중국 연예계의 움직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류에 대한 단순 비난을 넘어 제도적 장치를 통해 한류를 억누르는 단계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TV 드라마 소재 및 시장 연구회'는 최근 '한류의 실태와 문제점에 관한 보고서'를 만들어 중앙정부에 제출했다. 여기엔 한국 드라마에 대한 규제를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시사 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도 "중국 정부가 조만간 한국 드라마에 대해 방송 규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항한류는 일부 TV 프로그램 제작업자들과 배우들이 부추기는 측면이 크다. 이들은 중국 각 지역 방송사들이 한국 드라마를 앞다퉈 사들이고 있는 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2003~2004년 중국에선 무려 359편의 한국 드라마가 방영됐다. 중국 정부 규정에 따라 외화(外畵)인 한국 드라마는 오후 10시 이후에 방영되는데도 시청률은 평균 12%나 된다. 중국 TV 프로그램 제작자들로선 안방에서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기고 있다는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이 중국 문화의 종주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불만도 중국 내 항한류를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다. 롄샤오훙(廉小洪)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대장금' 방영 이후 항한류가 거세진 이유는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문화가 대부분 당나라 문화인데도 마치 한국의 고유문화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내 혐한류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첫째는 시기심이다. 각종 매체가 한류 일색으로 채워지면서 반발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특히 '욘사마'등 한류 스타가 일본에 오는 시기에 맞춰 "강간 대국에서 웬 순수 드라마냐" 등의 혐한 글이 집중적으로 인터넷에 등장한다. 또 "한국 여자는 돈이 있어 성형 수술한 여자와, 돈이 없어 성형 못한 여자로 나뉜다. 그래서 예쁘면 무조건 성형했다고 보면 된다" 등의 시기성 글이 난무한다. 일본 사회의 뿌리깊은 반한 감정과 보수 우경화도 혐한류를 키우는 자양분이다.

그러나 한쪽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중국 저장(浙江)성 청년연구회 주임 왕후이(汪慧)는 "한류에 대한 공격은 단견이며, 중국의 조급한 심리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오히려 "한국 드라마의 힘을 중국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 새로운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랴오닝(遼寧) 문학원 작가 장훙제(張宏傑)도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동양의 문화 전통을 밑바탕에 깔고, 남녀.가족.친구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하되 과장하지 않고, 억지 부리지 않고, 크게 소리지르지 않는 표현 방식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혐한류도 아직은 소수다. 일본 내에서 한국 영화를 오래전부터 전파해 온 이와나미홀의 총지배인 다카노 에쓰코(高野悅子)는 "이미 한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극소수 세력인 혐한류에 신경 쓰지 말고 대승적으로 접근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베이징=유광종,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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