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넣은 골, 루옹고 발끝서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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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옹고

31일 오후 6시(한국시간) 열리는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한국과 맞붙는 호주는 깜짝 스타의 발끝을 주목하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 마시모 루옹고(23·스윈든타운)다.

 루옹고는 한국의 이정협(24)처럼 아시안컵이 배출한 호주의 신데렐라다. 지난 9일 쿠웨이트와의 개막전에서 1-1로 맞선 전반 44분 역전 헤딩골을 터뜨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7일 아랍에미리트와의 4강전에서는 도움 2개를 기록해 2-0 승리를 이끌었다. 루옹고는 호주가 치른 5경기에 모두 출장해 1골·4도움을 기록했다. 호주의 득점(12골) 중 절반 가까이가 그의 발끝에서 만들어졌다.

 키 1m76㎝인 루옹고는 호주 선수단(평균신장 180.4㎝)에서 작은 축에 속한다. 대신 정확한 패스와 활발하고 지능적인 움직임이 돋보인다. 세트피스 전담 키커이고, 때로는 주 활동무대인 중원을 벗어나 좌우 측면을 매섭게 파고든다. 상대가 호주의 골잡이 팀 케이힐(36) 방어에 치중하느라 생긴 공간을 돌파하거나 정확한 패스로 적진을 허물어뜨리는 게 특기다. 우리 대표팀 수비형 미드필더 박주호(28·마인츠)가 ‘루옹고 봉쇄’ 특명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안제 포스테코글루(50) 호주 감독은 “대회 전만 해도 루옹고를 선발 출장시킬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환상적인 경기력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루옹고의 포지션 경쟁자 마크 브레시아노(35·알 가라파)는 “공을 소유하고 있을 때 플레이가 부드럽고 편안하다. 호주의 간판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루옹고는 이탈리아 출신 요리사 아버지와 호주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인도네시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다. 외할아버지는 인도네시아 동부 숨바와 섬의 술탄(통치자)이었다. 루옹고는 ‘어머니 나라’ 인도네시아에서도 인기가 높다. 루옹고는 “외가 친척 중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분들이 많다. 가보진 못했지만 인도네시아는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하게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루옹고는 12세이던 2004년 이탈리아계 이민자가 설립한 세미프로팀에 입단해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2011년 1월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유스 팀으로 건너갔다. 2011년 20세 이하 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하고, 토트넘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해 하부리그 팀으로 임대되는 등 시련이 있었지만 꿋꿋하게 버텼다.

 기회의 문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활짝 열렸다. 루옹고의 잠재력을 확인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해 6월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그의 이름을 넣었다. 호주 AAP통신의 스티브 라킨 기자는 “루옹고는 젊은 유망주를 선호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가장 성공한 경우다. 호주 축구의 새로운 세대를 이끌 재목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3부리그(리그1) 스윈든타운 소속인 루옹고는 아시안컵 활약으로 빅리그 진출의 기회를 잡았다. 시드니 모닝헤럴드는 29일 ‘스페인 명문 세비야와 잉글랜드 2부리그 팀들이 루옹고를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도 뛰었던 루옹고는 “(0-1로 진 한국전) 당시 실수를 통해 배운 게 많다. 두 번 실수는 하지 않겠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시드니=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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