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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 디지털 입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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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파스칼 페리에

늦가을 은행잎 색깔의 트렌치 코트와 체크무늬 목도리.

 우리에게 익숙한 영국 명품 ‘버버리(Burberry)’의 상징이다. 159년이란 역사를 지닌 만큼 ‘클래식’하지만 다소 ‘올드’한 이미지였던 버버리가 한국에서 ‘대변신’을 시도한다.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새로운 정보기술(IT)에 민감하고 역동적이며 재치가 넘치는 그런 버버리로 말이다.

 “한국 사람들이 바로 그렇지 않나요?”

 파스칼 페리에(50) 버버리 아시아태평양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고객들 덕에 늘 혁신해야 한다는 자극을 받고 있다”며 “올해 한국에서 ‘새로운 장(new chapter)’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달 전인 12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선 보인 ‘버버리 뷰티박스’가 그 신호탄이다.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공개한 버버리의 화장품·액세서리 매장이다. 오는 9월 무렵엔 서울 청담동에 지상 10층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도 문을 연다. 2013년 시작한 화장품 사업의 1차 성패를 가늠하고 아시아 지역 성장을 이끌 시험 무대로 한국을 선택한 것이다.

 페리에 사장은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홍콩포함) 다음으로 큰 시장이며 ‘한류’ 영향으로 패션은 물론 드라마·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며 “글로벌 패션·뷰티 업계에서 갖는 위상과 파급력은 대단하다”고 말했다. 실제 버버리는 직전 분기(2014년 9~12월)에 홍콩의 쇼핑 매장들이 민주화 시위로 문을 닫는 와중에도 중국본토와 한국발 인기에 힘입어 아시아에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글로벌 전체 매출도 약 996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 증가했다.

버버리가 지난해 12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만든 디지털·체험형 화장품 매장 ‘뷰티박스’. [사진 버버리]

 흥미로운 건 버버리의 과감한 ‘디지털 혁신’이다. 전통과 장인 정신만을 내세우는 콧대높은 명품 브랜드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는 “진정한 럭셔리란 서비스가 최우선 가치가 돼야 한다”며 “고객이 매장에 갈 시간이 없다면 PC나 스마트폰으로 버버리를 둘러볼 수 있게 하는 게 진짜 서비스고, 올바른 방향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코엑스몰 뷰티박스다. 이 곳에선 디지털 기기로 피부 톤을 선택한 뒤 다양한 색상의 립스틱이나 매니큐어를 선반에 올려놓으면 실제 입술이나 손톱에 발라진 모습을 가상화면으로 체험할 수 있다.

 최근엔 고객용 앱을 개발해 고객이 동의할 경우 프로필을 저장하고 전세계 어디서든 구매 취향이나 과거 불만사항, 해결 과정 등을 조회해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다.

 페리에 사장은 “이제 인터넷은 고객과 소통하는 가장 강력하고 편리한 수단이 됐다”면서 “고객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어느 쪽을 선택하든 똑같은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곧 문을 열 청담동 스토어의 콘셉트 역시 첨단 IT기술을 활용한 “서비스와 재미(fun)”라고 소개했다. 그는 “제가 사실 프랑스인이지만 영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영국인 고유의 ‘쿨한 유머’가 있다”며 “지하철에서 검은 양복 차림에 빨간 양말은 신고 출근하는 회사원을 볼 때 그런 재치를 엿본다”고 했다. 페리에 사장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13년째”라며 “사업도 좋지만 그동안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2009년부터 저소득층 청소년을 지원해 온 버버리 재단이 올해는 ‘아름다운 재단’에 약 2억원(12만5000 파운드)을 기부해 한국 사회에서 책임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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