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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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내 땅도 남의 땅도
버림 받은 땅도 아닌
내 어버이 형제들
대를 이어 살아온
철조망 우리에 갇힌
두고 온 산하를 본다
저기 저 물새들
떼를 지어 날으고
갈대 숲, 기름진 논밭
둘일 수는 없는데
너와 나 마주한 얼굴
총부리가 무거워라
누가 이 강물을
한탄강이라 이름했나
삼십년 분단된 한을
흘로 지고 살았던가
돌아 선 산봉우리를
돌아가는 물굽이여
비원의 저 철마는
희귀의 날만 기다리고
겨레의 염원을 심은
통일로엔 꽃도 핀다
불러도 귀먹은 하늘
이젠 말 좀 하거라. 원용문<경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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