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에이즈 '재선충' 백두대간까지 번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소나무 재선충병이 백두대간 자락까지 침범했다.

산림청은 "지난달 27일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금산리에서 재선충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소나무 세 그루를 발견, 국립산림과학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한 결과 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19일 밝혔다.

국내 최고의 소나무숲인 경북 봉화군 금강송 군락지 주변 등 경북 북부 지역과 충북.강원도 남부 지역에서도 감염이 의심되는 477그루가 발견돼 산림청과 해당 자치단체들이 정밀조사를 벌이는 등 비상이 걸렸다.

?백두대간 감염 비상=이번에 발견된 곳은 백두대간의 중심인 오대산국립공원 경계에서 직선거리로 10여㎞, 대관령 소나무숲에서 7㎞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동해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는 각각 50m, 150m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감염된 나무는 밑동 지름이 각각 50~70㎝, 높이는 7~10m 정도다.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연구소 문일성(44) 임업연구사는 "경북 영천.안동 등 재선충병 피해 지역에서 반입된 제재목을 민가에서 땔감 등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또 8~9월 경북.충북.강원 등 3개 시.도, 14개 시.군을 대상으로 한 항공관측 결과 125개 지점에서 소나무 고사목(枯死木) 477그루를 발견, 현재 정밀검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45그루가 발견된 경북 봉화군 춘양면 학산리와 물야면 개단리는 금강송 군락지인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에서 직선 거리로 4㎞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금강송까지 피해가 확산될 우려도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최종 판정은 이달말께 나올 예정이나 고사목 중 상당수는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재선충병이 산림이 우거진 백두대간을 따라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19일 현재까지 전국 50개 시.군.구에서 소나무숲 5110㏊(약 1533만 평)가 재선충병에 걸렸다. 병에 걸려 말라죽거나, 베어낸 소나무도 올해 36만여 그루를 포함, 총 99만여 그루에 달한다.

?대책=산림청은 19일부터 강릉 지역 피해목 발견 지점 20m 반경 내에 있는 모든 소나무를 베어내 불태우고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정밀예찰을 할 예정이다.

또 재선충병을 전문적으로 감시할 인력 440명을 새로 채용키로 했다. 이와 함께 최근 재선충병 신고 전용 전화(전국 공통 1588-3249)를 개설, 신고자에게 건당 1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산림청은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재선충병 예방 주사제 개발을 서둘러 내년에는 2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실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준호.이찬호.홍창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