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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2년 만에 다시 물류대란 걱정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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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덤프트럭연대가 1주일째 파업을 계속 중인 가운데 18일 화물트럭연대가 파업을 결의하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레미콘노조도 내일 하루 동안 시한부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이들 3개 조직의 동시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1조원이 넘는 손실을 가져온 2003년 두 차례의 물류대란을 능가하는 피해가 우려된다. 화물연대는 국가 기간망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을 최대한 자제하기 바란다.

이번 파업은 덤프연대가 내건 '차라리 죽여라'는 구호가 말해주듯 현재의 여건으로는 생계를 꾸려가기 힘들다는 것이 이유다. 그렇지만 우리 경제의 침체가 계속 이어지며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런 집단행동은 경제에 더 깊은 주름살만 가져올 뿐이다. 더구나 이들 조직은 정식 노조도 아니어서 파업은 곧 집단 운송 거부에 해당된다.

화물연대가 내건 운송료 현실화, 면세유 지급,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등 주장은 2003년의 요구조건과 큰 차이가 없다. 2년 전 파업 당시 다단계 하청구조나 낙후된 물류 시스템 등 화물운송업계의 고질적 병폐를 제대로 고치지 못한 것이 이번에 다시 불거진 것이다. 또 요구사항 대부분이 시장에서 결정할 사항이거나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로 정부가 들어주기 곤란한 것이어서 해결책도 마땅치 않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화물차나 덤프트럭이 공급 과잉인 반면 화물 물동량은 크게 늘지 않아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화물트럭의 빈차 운행률이 선진국(20%)의 두 배 이상인 50%에 달하고, 이로 인해 연간 10조원이 낭비된다. 덤프트럭의 평균 가동률도 52%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집단 불만은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화물연대 등과 성실히 대화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비조합원을 폭행하거나 물류기지 봉쇄 등 운행 방해 행위는 엄중 처벌해야 할 것이다. 또 그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들어줄 수 있는 것과 불가능한 것을 분명히 해 땜질 처방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