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합계 910억불의 충고 "대박 꿈 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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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빌 게이츠(左), 워런 버핏(右)

세계 1, 2위의 부호가 만났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50) 회장과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75) 회장이 지난달 말 버핏의 모교인 네브래스카대에서 학생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뒤 미국의 격주간 경제잡지 포춘과 대담했다. 포춘은 최신호(10월 31일자)에서 게이츠의 재산이 510억 달러, 버핏은 400억 달러란 점을 들어 이들의 대담을 '910억 달러짜리 대화'란 제목으로 소개했다.

◆ 주식시장 전망='(미국) 증시의 연간 수익률이 향후 7년간 10% 이상 가능하겠는가'란 질문에 두 사람 모두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또 고수익이란 환상을 좇아 헤지펀드나 사모투자펀드(PEF)로 돈이 몰리는 것도 경계했다.

▶버핏=연 수익률 10% 미만이 될 가능성이 크다.(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간 5%에 이를 수 없고, 따라서 모든 이들이 연 10% 수익률을 얻을 수는 없다.

▶게이츠=수익률이 계속 고공행진할 것이란 생각은 구름 잡는 얘기일 뿐이다.

▶버핏=1990년대 말 미국인들은 하나님이 자신들에게 연 15%의 수익률을 얻을 권리를 줬다고 생각한 듯했다. 6~7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주식.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 수단에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고수익을 얻을 수 없다며 헤지펀드 등 대안투자에 열중하고 있다. "전통적인 투자수단은 더 이상 성과를 낼 수 없다. 성배(聖杯)를 가진 우리에게 오라"고 소리 치는 월 스트리트의 말로 꽉 차 있다. 문제는 성배를 얻기 위해선 그만큼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이츠=하버드대가 기금 관리의 수단으로 대안투자를 선택해 성과를 거두자 많은 사람이 "10%의 수익률을 거둘 방법이 분명히 있긴 한데 내가 아직 못 찾았을 뿐"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수익률에 대한 기대가 너무 과도하다.

▶버핏=월 스트리트가 그런 생각을 주입시키고 있다.

▶게이츠=그게 그 사람들의 일 아닌가?(둘 다 웃음)

◆ 미국 무역수지 적자=두 사람 모두 미국 무역수지 적자를 우려했다. 하지만 인위적 수단으로 이를 해소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게이츠=수입장벽과 같은 무역수지 적자 해소책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수입 제한 조치를 당한 상대방 또한 비슷한 조치를 취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런 것들이 자유무역이 가져다 주는 많은 혜택을 축소시키게 될 것이란 점이 문제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이 미국에 100개만 있다면 무역수지 적자는 금방 사라질 것이다.

▶버핏=하이테크 산업이 미국이 가진 장점 중의 하나다.(그와 관계없이) 무역수지 적자가 이대로 있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를 정치적 결정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재산의 사회환원=기부에 인색하다고 알려진 버핏은 각종 사회사업을 활발히 펴온 게이츠를 높이 평가하면서 자신도 세상을 떠나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핏=빌과 달리 내가 40대였을 때는 사회사업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충분한 돈을 모았다. 누가 함부로 인수합병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회사도 커졌다. 이제는 죽기 전에 뭔가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게이츠=아버지와 아내의 뜻에 따라 98년부터 사회사업을 시작해 이젠 그런 일을 통한 즐거움을 안다. 포춘에 실린 '재산 모두를 자녀들이 상속할 것인가'란 기사를 읽고 느낀 점이 많았다.

버핏은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워싱턴 포스트 전 회장으로 2001년 작고한 캐서린 그레이엄의 '자서전(Personal History)'을 모두 읽어야 할 책으로 꼽았다. 게이츠는 에너지와 관련한 '바닥 없는 유정(The Bottomless Well)', 인공지능을 다룬 '특이성의 도래(Singularity is Near)', 톰 프리드먼의 '납작한 세상(The World is Flat)', 제프리 색스의 '빈곤의 종말(The End of Poverty)', 잭 웰치의 '위대한 승리(Winning)'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했다. 또 최근에 돈을 물 쓰듯 써본 경험이 있느냐는 물음에 버핏은 "자가용 비행기를 구입했으며, 연간 20만 달러(약 2억원)를 쓴다"고 밝혔다. 반면 게이츠는 "오늘 밤 포커를 해 500달러를 잃는다면 여기에 해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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