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되는 미국 경기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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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의 경기회복이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경기 회복을 이끌어나갈 기관차가 속도를 올리고 있는것은 반가운 일이다.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을 지향하고 있는 미국의 경제가 과연 그 목표대로 움직여갈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른감이 있다.
그렇지만 경기라는 측면에서 보자면「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미상무성이 지난21일 발표한 2·4분기중의 실질GNP성장율은 연율8·7%(작년2·4분기는1·9%).
아무도 점치지 못했던 높은 수준이다. 1·4분기의 2·6%에 비하면 그 성장속도에 놀라게 된다.
81년 1·4분기의 9%에이은 2년만의 기록이다.
당초 미정부가 예상하기로는 약간 희망치를 섞어 6·6%였고, 민간은행등 이코노미스트등은 6·1%(「모건·개런티」)에서 6·6%(「메릴·린치」)였다.
연율 6%선이상의 실질성장을 나타내면 불황권에서 벗어난다고 하는것이 2차대전 이후의 미국경제였다는 점에 비추어 경기후퇴는 끝났다고 해도 좋을것이다.
「레이건」대통령은 상무성의 발표에 뒤이어 『착실한 성장이야말로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재정적자를 축소시키며 모든 국민들에게 보다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있는 지름길』이라고 기쁨을 표시했다. 이처럼 미국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것은 최종 소비수요의 증가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데 힘입고 있다.
5월중 자동차·가구·의류등의 판매액이 4월에 비해 2%증가, 3개월째 연속상승을 보이고 있다.
내구소비재의 5월중 수주는 0·2%증가로 역시 기분좋은 상태다.
주택착공건수도 5월중 전달보다 19%증가. 자동차나 내구재의 호조는 소재산업인 철강을 비롯, 제조업의 가동율을 밀어 올리고 있다.
제조업설비 가동율이 6개월째 연속상승을 해온끝에 5월에는 72%선으로 돌아왔고, 철강가동율은 1년전보다 배가 되는 60%수준까지 와있다.
경기회복의 밝은 재료는 또있다. 7월1일부터 제3차소득세인하가 실시되어 명목상 3백80억달러 (연율)의 소득증가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인플레이션 진정에따라 실질구매력이 늘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원군을 맞는 셈이다.
물론 미국경제가 무지개빛만으로 차있는것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불붙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어 마냥 경기확대책만을 쓸수는 없다는 제약이 있다.
그것이 경제의 양면성이라는 것이다. 미연방준비이사회(FRB)는 올여름 금융완화에 들어갔다.
그래서 통화공급량이 늘고 있다. M1 (현금및 요구불예금)은 2·4분기중 연율 13·5%가 증가하여 올해 목표 4∼8%를 대폭 상회했다.
81년4월부터 82년7월까지 연율 4·6%의 증가세였던것과 견주면 크게 느슨해진것이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으로 삼고있는 「레이건」정부로서는 금융긴축을 하지않을수 없게되고 결국 고금리를 정착시키게 된다.
고금리에 의한 달러강세는 수입확대, 수출감소로 연결되어 경기회복에 마이너스 작용을 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올해 무역수지 적자는 6백억달러에 달하리라는 전망이다.
2천억달러에 이르는 올해의 재정적자도 문제다.
「레이건」정부는 재정적자를 채권발행을 통해 자본시장으로부터 돈을 끌어들여 메우려고 한다.
그러면 민간의 자금수요와 경쟁하여 이른바 크라우딩 아우트 (crowding out)를 유발하게된다(주=crowding out=국채나 지방채의 대량발행으로 민간자금이 공공부문에 흡수되어 자금수급이 핍박해짐으로써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것).
상무성 조사에 의하면 금년도 민간설비 투자계획액은 3천55억달러로 작년보다 3·4% 감소되고 있다.
작년의 5·5%감소보다는 나아진 것이며 경기회복에 따라 내년에는 증가로 돌아설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재정적자가 축소되지 않을 경우에는 민간의 자금조달이 차질을 빚게되고 경기에도 나쁜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아뭏든 미국경제의 힘찬 회복은 세계각국으로 번져나가 하반기이후의 세계경기를 낙관하도록 하고 있다.
세계경기의 회복이 우리경제에 보탬이 될것은 물론이다. 다만 우리의 기업설비 투자가 활발하게 전개되지 못하고 있는것이 좋은 기회를 마음껏 활용하는데 지장을 줄것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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