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만 통하면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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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 바닥에서 영업하다 보면 각종 사건에 휩싸이기 십상인데, 그럴 때 '×달이'한테 부탁하면 다 해결된다는 소문이 파다했지요."

지난 14일 밤 서울 용산역 근처 윤락가에서 만난 한 윤락업주는 서울 용산서 법조비리 의혹 사건의 핵심인물이자 사건브로커 혐의를 받고 있는 朴모(49)씨가 "업주들 사이에선 은인으로 통한다"고 전했다.

朴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현직 검사 16~17명을 포함, 법조인 30여명에게 3개월 동안 모두 1백여차례 이상의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나 경찰에 의해 사건브로커로 지목받고 있는 인물. '×달이'는 朴씨의 별명이다.

이 업주는 "윤락업주들이 단속에 걸려 입건될 때 법조인들과 인맥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朴씨가 변호사를 소개해주고 사건 처리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朴씨는 1990년께부터 용산 등지에서 다방.술집을 운영해오면서 윤락업주들과 안면을 터왔다. 경찰은 朴씨가 4년 전 용산을 떠나 현재 일산.수원 등에서 안마시술소와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고 있지만 용산 윤락업주들과는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법조인들과 술자리 접대를 통해 발을 넓혀왔고 몇몇 검사.변호사와는 '호형호제'할 정도로 깊은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朴씨와 1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내는 J변호사는 "언젠가 朴씨가 부른 술자리에 가보니 현직 검사 여러명이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또 검사 출신 모 변호사의 부인은 "남편과 함께 朴씨를 만난 적이 있다"면서 "남편과 형, 동생으로 부르는 바람에 친척으로 소문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朴씨의 행적은 지인들도 정확히 모를 정도로 의문에 싸인 것이 많다. 朴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서울 H대 법대 출신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졸업생 명부에는 그의 이름이 없다.

그는 또 전북 지역 출신의 법조인들 사이에서 고향 선배 또는 후배로 통했지만 실제로는 본적이 충남이고 서울에서 태어났다. 朴씨는 현직 검사들 외에 몇몇 변호사 사무장들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朴씨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자체 조사 결과 지금은 그만둔 사무장과 여러차례 통화했으며, 서로 잘 알고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정하.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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