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야당 때는 수사 지휘권 폐지 주장하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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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런 그가 정작 법무부 장관으로서 보여준 행동은 청개구리나 다름없다.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에게 불구속 수사를 지시함으로써 검찰총장의 사퇴와 여야 강경 대치 등 평지풍파를 초래했다. 야당 의원일 때는 삭제를 주장하다가 권력을 잡고 법무부 장관이 되자 헌정 사상 역대 장관이 한 번도 행사하지 않은 지휘권을 발동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천 장관은 당시에 야당 초선 의원으로서 신념을 갖고 지휘권 폐지가 옳다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당연히 왜 소신이 변하게 됐는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유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그렇다면 속된 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인가. 야당이었을 때와 권력을 잡았을 때의 논리가 이렇게 정반대인 인물이 무슨 말을 한들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이런 사람이 법무부 장관 자리에 있으면서 어떻게 법치를 이룰 수 있겠는가. 천 장관은 먼저 소신 변화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하라. 그렇지 못할 경우 자가당착적인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