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부품 떨어져 원자로 내벽 손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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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원전 5호기에서 대형 부품이 떨어져나가는 사고가 생겼으나 발전소 측은 이를 모른 채 1년5개월 동안 가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고 당시 안전감시 장치에 이상이 잡혔는데도 무시했으며, 떨어진 부품들은 발전 장치를 순환하는 물을 타고 원자로 안으로 들어가 내벽을 손상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기술부는 15일 "영광 5호기의 물 배관에서 열전달완충판 세개가 떨어져나간 것을 정기점검 중이던 지난 4월 3일 발견했다"며 "사고는 완공 전에 시운전을 하던 2001년 11월 14일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원자로 안에서 나는 소리를 감시하는 장치가 있는데 이날 충돌음이 기록됐다는 것이다.

과기부 박항식(朴恒植)원자력안전심의관은 "이물질이 원자로 안에 들어가 벽에 손상을 주는 경우는 여러차례 충돌음이 나는데, 당시 단 한번에 그쳐 원인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떨어져나간 열전달완충판은 속이 빈 금속 원통으로 지름 30㎝, 길이 55㎝, 무게 20kg이다. 원자로의 물 배관 연결 부분에 설치해 뜨거운 물에 연결 부위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준다.

완충판은 원자로 안의 여러겹 벽 사이에 끼여 물의 흐름에 흔들리며 벽을 긁어 손상시켰다.

가장 많이 긁힌 부분은 핵반응이 일어나는 중심 용기를 둘러싼 두께 6.5㎜의 스테인리스강 보호벽으로 거의 닳아 없어졌으며, 중심 용기도 0.28㎜가 마모됐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梁李媛瑛.33.여) 녹색대안국 부장은 "영광 5호기는 지난해 5월 완공한 최신 원전"이라며 "그런데도 사고가 났고 이를 1년5개월간 몰랐다는 것은 안전감시 체제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광원전 측은 "진단 결과 원자로 벽 손상은 안전에 문제를 주지 않는 수준이고, 완충판이 없어도 원전을 가동할 수 있다"며 "오는 26일 5호기를 재가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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