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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국회]한나라당의 장외투쟁 주장, 명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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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한다고 한다.

장외 투쟁의 명분은 체제수호를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한나라당이 제 정신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두가지 예를 근거로도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은 명분이 없으며, 공연히 국가를 혼돈상태로 만드는 이적행위에 다름없다는 것을 지적하는 바이다.

1. 한나라당은 남북통일을 원하는 집단인가?

한나라당이 남북통일을 원치 않는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그것도 평화통일인데...

통일에 대한 방법론에 있어서는 현 정부,여당과 방법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남한의 주도하에 북한의 흡수통일이 이루어진다는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통일만 되면 모든 것이 끝나는가. 아니다.

통일을 위한 과정이 앞으로 수년이 걸릴지 수십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남과 북의 '경제력 차이'와 '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우리에게는 절실히 요구된다.

만약 통일을 위한 과정에 이 두 과정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통일이 되더라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막연히 북한정권의 붕괴로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하게 된다 하더라도 이 두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자칫 대한민국을 몰락으로 인도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요행스럽게도 대권주자를 대통령에 당선시킨다면, 대북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지금 보수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강경일변도로 북한을 남한에 흡수시키기 위한 대북전략을 고수할 것인가? 거기에 대한 답은 아마도 남북한간의 전쟁이 될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차지하게 되더라도 대북관계에서만큼은 상호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 아니던가.

한나라당도 상호주의가 뭔지는 알것이다.

국제사회에서 말하는 상호주의란(principle of reciprocity) 국가평등의 원칙에 따라 한 나라가 다른 한 나라에 어떤 댓가를 지불했을 때, 다른 한 나라도 이와 동등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뜻으로 통용되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우리나라에서 당과 당이 합당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이런 상호주의가 통용되는 것이며, 현재 남과 북의 경제교류에서 부터 이런 상호주의가 적용되기 시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더 확산될 전망이다.

물론 남과 북이 합치게 되는 통일의 경우 일반적인 생각으로도 남한의 주도하에 통일이후를 설계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남과 북의 당국자들도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이미 남과 북이 체제와 경제력에서부터 많은 차이가 난다는 것을 서로가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시쳇말로 남한보다는 북한내부에서 기득권을 잃게 될 계층으로 부터 일어나는 소요에 대해서 우리는 걱정을 해야 할 형편인데,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남한 내부에서 다음 정권을 겨냥하는 한나라당에 의해 소요가 일어나려는 판국이니 이런 한나라당을 어찌 제 정신이라 하겠는가 말이다.

간혹 한나라당은 현 정부와 진보세력을 향해 국가정체성을 훼손하는 집단으로 묘사를 하는데,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향하는 국가이다.

현 정부가 과연 이 체제를 부정한 적이 있었던가 묻고 싶다.

한나라당이 현 정부가 대북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곧잘 이념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으나, 앞으로 남과 북의 교류가 활발해지게 될수록 이념논쟁은 죽이고 넘어가야 할 요소라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공산사회주의체제로서는 홀로 살아갈수 없다는 것이 공산주의 종주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변화를 거듭하는 것으로 증명된 것이나 다름없다.

동유럽의 과거 소련의 위성국들조차도 구시대의 유물로 내처버린 공산사회주의 체제를 아직도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한나라당.

북한이 진정으로 두려워서인가?

아니면 가만 있으니 좀이 쑤셔서 입이라도 떠들어야 하기 때문인가.

이제 더 이상 이념이나 체제문제를 시빗거리로 들고 나오는 구태를 버려라.

과거 우리 조국이 이념문제로 등을 돌리고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던 반세기는 자유민주주의체제와 공산사회주의체제를 승자와 패자로 명확하게 가려지게 한 기간이었다.

따라서 앞으로의 대북관계나 대북정책은 이런 승자의 입장에서 이루어져야하며, 패자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패자를 포용할 수 없는 통합은 통합후에도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아직도 미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흑백인종간의 갈등을 들 수 있다.

같은 미국인이지만,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차별과 냉대는 지난 번 루이지애나 주에서 물난리를 겪는 동안 행동으로 표출되지 않았던가.

남과 북이 통일이 되더라도 이런 현상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남에서 부터 이념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통합이라 생각하기에 지금처럼 한나라당이 국가정체성을 들먹이며 때 아닌 소요를 일으키려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남북한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게 되면서 각종 국제경기에 출전하는 상대 남,북의 선수들을 응원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강정구교수의 발언을 국가보안법상 죄를 지었다고 한다면, 이들 상대방 국가들을 열렬히 응원하는 사람들도 모두 국가보안법상 처벌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운동경기이기 때문에 괞찮다고 할런지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남과 북이 하나로 되어가는 과정중에 국가보안법은 분명 이와 같이 모든 남과 북의 활동에 장애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주적으로 인식한 채 제대로 된 교류가 이루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생각들이다.

과연 한나라당이 외치는 평화통일이란 것이 무엇인지....차라리 속 시원하게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니 전쟁이라도 일으켜서 씨를 말려 버리자는 말이 내게는 더 설득력 있게 들릴 것 같다.

지금과 같은 이념논쟁이 차기 한나라당이 집권하게 될 경우에도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은 통일은 커녕 계속되는 남과 북의 대치상태로 인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과연 한나라당은 남과 북의 통일을 원하는 집단인지, 자신들의 집단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인지.. 이제야 말로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가면을 벗어 던질 때이다.

이제 그만 눈가리고 아웅하는식의 꼴값은 접어라.

2. 한나라당은 진정으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향하는 집단인가?

한나라당은 강정구 교수의 망발을 계기로 김종빈 검찰총장이 천정배 법무장관의 불구속수사지휘를 한 것에 대한 반발로 사표를 제출하고, 노대통령이 이를 전격적으로 수용하자 현 정부의 정체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10,26 재선에서부터 연말까지 국회내에서 이를 빌미로 현 정부를 다그치겠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노대통령이나 천정배 법무장관이 강정구 교수를 죄가 없다고 했었나?

단지 불구속수사를 하라는 것이다.

혹시 한나라당은 구속여부가 무조건 죄가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까지 검찰에 의해 구속되었다가 무죄로 방면된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한나라당이 관심을 가져봤더라면, 검찰의 무조건적인 인신구속이 얼마마한 인권유린행위인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난 8월 26일 법무부와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전체 사건 대비 불구속수사 비율은 97.1%로서 최근 10년간 평균 불구속률 95%를 크게 웃돌고 있어 인권수사 기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떠들어 댄 적이 있다.

이어 법무부는 '지속적인 인권의식 교육과 인권보호수사준칙 강화, 검사의 구속전 피의자 면담제도 등을 통해 피의자 구속을 최소화하고, 구속피의자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를 적극 활용한 결과' 라고 분석하였다.

마찬가지로 검찰 역시 '인신구속시 긴급한 사유를 엄격히 적용하고, 가능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하는 등 긴급체포 남용을 최대한 방지해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고 스스로 평가하였었다.

또한 '인권보호 수사를 위해서는 과학수사기법 개발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확보가 시급하다' 며 기염을 토한 검찰이 강정구 교수에 대해서 유독 구속수사에 집착한 이유는 무엇인가.

스스로 판단을 구하지 못하여 법무장관에게 의견청취를 하였던 검찰은 천정배 법무장관의 불구속 수사지휘에 대해서 일언반구 사사로운 감정을 토해 낼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바로 두달도 채 되기 전의 일을 검찰은 잊어버리기라도 했던가.

이번 천정배 법무장관의 강정구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지휘 역시 검찰이 '불구속 기소' 로서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도록 수사를 진행하게 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체제하에서 진정한 인권을 수호하는 행동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한나라당 역시 이번 사태를 마치 중대한 국가적 위기인양 부풀리며 사회 혼란을 도모하는 행위는 그야말로 반민주적 행동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마치 이런 천정배 법무장관의 불구속지휘가 국가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사변이라 지칭하며 장외 투쟁을 벌인다고 하니 어이가 없을 뿐이며, 다분히 자신들의 정략적 판단에 의해 국가의 정체성을 들먹거리는 행태에 대해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디지털국회 김수해]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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