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숙씨의 『당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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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달의 소설중어는 송기수씨의『당제』(공동체문화), 박완서씨의「무서운 아이들』(한국문학), 한승원씨의 『포구의 달』(한국문학)등이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송기숙씨의 『당제』 는 이산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6·25때 의용군으로 끌려간 아들이 언젠가는 돌아오리라고 노부부는 믿고 산다. 아들이 간첩으로 내려오면 꼭 자수시키겠다고까지 다짐하고 있다. 그런 부부가 사는 마을이 댐공사 때문에 수몰되게 된다. 걱정이 태산같아진 노부부는 궁여지책으로 수몰된 동네가 내려다 보이는 고갯마루에다 집을 짓고 살면서 큼직한 안내판을 붙여놓는다. 즉 이마을에 살던 두부부는 지금 고갯마루 움막에 살고 있다고. 밤에는 안내판앞에 호롱불을 켜놓고 있다. 근처를 지나는 낚시꾼들은이 안내판을 의아하게 쳐다본다.
이같은 이산의 아픔을 작가는 당제와 도깨비들을 등장시킴으로써 더욱 절실하게 만들고 있다. 당제를 지내고 도깨비에게 방을 내놓으면서 노인은 옛날에 자신이 도깨비 어깨에 떠메인채 산으로 끌려다닌 일을 생각해내고 도깨비들에게 아들을 만나면 집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다. 당제라든가 도깨비등은 지금은 잊혀져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 노인들에게는 절실한 것이며 그것은 또한 우리민족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한을 풀어가는 뿌리일수 있다. 그것이 이소설을 설득력있게 해주는 점이기도하다.
박완서씨의 『무서운 아이들』은 약혼자로부터 배반당하고 혼자 살아가기로한 한여교사가 자기가 가르치고 있는 한여학생과의 관계를 통해 세상을 냉정하게 살아가려고한 자신의 컴플렉스를 고친다는 줄거리다. 즉 세상을 냉정한 객관자의 입장에서 살기보다는 사랑(역설적으로는 증오를 통해서)을 갖고 살아야한다는 눈뜸이다.
한승원씨의 『포구의 달』은 증오가 증오를 남는 상황을 떠나려는 사나이와 끝까지 애증의 세계를 살아가려는 한여인 사이의 갈등·생명력등을 그리고 있다.

<도움말주신분=김윤식·권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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