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교수 이어 장시기 교수까지 … 어수선한 동국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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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교수 발언 건과 관련한 대자보가 17일 동국대 게시판에 나붙었다. 학생들이 대자보를 살펴보고 있다. 신인섭 기자

"도대체 왜 징계를 못하는 거야. 물러나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

17일 오후 서울 관훈동 동국대 총동창회 사무실에서는 격앙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날 오전 동국대 비상교무위원회가 회의를 열어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한 유감을 밝힌 뒤였다. 동국대 총동창회 송재만 사무처장은 "교수들의 성명서를 보고 동문 7~8명이 직접 사무실을 찾아와 항의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 사건의 파문이 확대되면서 동국대와 총동창회 등은 초상집 같은 분위기다. 강 교수에 이어 장시기 교수의 글이 논란이 되면서 분위기는 더욱 심각해졌다.

◆ "강 교수 문제 유감"= 동국대 교수 30여 명은 이날 오전 1시간여 비공개 회의를 했다. 조의연 학생처장은 회의 뒤 발표된 성명서를 통해 "대학은 자유로운 진리를 추구하는 곳이나 강 교수 등의 발언은 대학 울타리를 넘어 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교무위원 일동은 그 점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향후 당국의 법적인 처리 결과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처장은 또 "순수하고 건강한 정신으로 성장하는 소중한 학생들만은 기성 세대의 갈등 때문에 피해를 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국대 홍보실장 곽대경(경찰행정학) 교수는 기자들에게 "(이번 사태로) 학교가 안팎으로 많이 어렵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 동문들 항의 빗발= 이날 동국대 홍보실에는 "강 교수를 파면하라"는 내용의 항의 전화가 이어졌다. 홍보실 직원은 "강 교수 사건이 언론에 부각된 7월부터 이 같은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총동창회 측은 7일 류주형 회장 등 동창회 관계자 10여 명이 홍기삼 총장을 찾아가 "강 교수의 행실이 학생을 가르치는 교원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며 "우선 징계 조치를 해야 한다"고 건의했었다. 이날 발간된'동국대 동창회보'에는 '강정구 교수, 동국을 떠나시오'라는 제목의 시론이 실렸다.

시론에는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동국대 교수라는 사실에 분노하고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론은 또 '강 교수 당신의 언행이 자유 민주국가인 대한민국을 위협하려는 세력에 동조하는 것이라면, 동국대에 부적합한 사람이니 하루 빨리 학교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 어수선한 학생들=동국대 학생들은 강 교수의 처벌에는 반발하면서도 이번 사건으로 학교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했다. 일부 학생은 대자보 등을 통해 '수강생의 다양한 양심과 신념을 인정하지 않고 냉전적 사고에서 조금만 벗어나는 것을 악(惡)으로 보는 수구적 이념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사회학과 3학년 이모(26)씨는 "문제가 정치권까지 번져 너무 복잡해졌다. 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문과 학생회장 임홍택(23)씨는 특히 장시기 교수의 주장과 관련, "학생들은 '장 교수 주장에 동의할 수도 있지만 괜한 이야기를 꺼내 논란을 더 키웠다'는 반응과, '단순히 민교협 홈페이지에 글 하나 올린 것으로 마녀 사냥을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졸업을 앞 둔 학생들은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백일현.강승민 기자<keysme@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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