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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불교 교류'공든 탑'쌓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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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개성공단에서 12km 떨어진 고려시대 사찰 영통사. 불교 천태종의 지원으로 완전 복원돼 31일 낙성법회를 연다. 아래 사진은 이 작업을 지휘한 무원 스님. 안성식 기자

"꼭 2년 전 이맘때인데 트럭 수십 대에 기와 10만 장을 싣고 육로를 통해 개성에 막 도착했더니 그쪽 일꾼이 '거저(그저) 놓고만 가시라요'하는 거예요. 그러더니 인민군 600명이 달려들어 일주일 만에 사찰 6개 동(棟)에 기와를 가뿐하게 올리더라구요. 상상도 못할 작업 속도에 놀라고, 숙련된 시공 솜씨에 또 한번 놀랐지요. 이제 남북이 하나 된 그 큰 불사가 매듭을 짓게 돼 기쁩니다."

개성공단이 코앞(12km)인 고려의 왕실 사찰이 남북 불교의 힘으로 복원된다. 분단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사찰 복원 불사로 꼽히는 영통사. 총부지 6만㎡에 대법당을 포함해 30개 동(송광사 규모)이 1000년 만에 다시 서는 것이다. 31일 현지에서 열리는 낙성법회에는 천태종 전운덕 총무원장과 조선불교도연맹 정서정 서기장 등 남북 불교 관계자 500명이 참석한다. 복원작업에 3년째 참여해온 '북한통' 무원스님(천태종 사회부장)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그들의 마음을 얻은 것이 소득"이라고 말했다.

-낯선 이름인 영통사부터 소개해 주시죠.

"고려 천태종을 개창한 대각국가 의천(義天.1055~1101)이 출가했고 열반했던 절입니다. 1027년에 창건됐으니 말 그대로 천년 고찰이죠. 이 천태종의 성지는 사실 북한이 먼저 복원의지를 표명해 조선사회과학원이 일본 다이쇼(大正)대학과 함께 1997년부터 그들 나름대로 발굴을 진행해왔습니다."

-천태종 합류는 그 다음인가요.

"2003년부터지요. 북한은 2001년 8월 한국 언론사 사장단 방북 때 복원 계획을 밝혔고, 그 뒤 우리가 참여해 일정이 빨라졌습니다. 물론 그 전에 제가 북한의 영통사복원위원회 김성철 사무국장과 만나 '영통사 복원 베이징 합의서'에 서명을 한 다음의 일이지요."

-남측의 지원규모는 어떻게 됩니까?

"전체가 현물지원인데, 규모는 50억원 정도 될까요? 기와 46만장(13억원 규모)을 포함한 단청재료와 2차로 진입로를 닦기 위한 장비 지원, 그리고 묘목 1만 그루가 포함됩니다. "

-작업은 순조로웠는지요.

"그럴 수만은 없지요. 지난 해 7월 한국정부의 김일성 주석 조문방북 불허 파문 등 남북관계의 영향을 예민하게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2003년 10월 기와 10만장을 싣고 처음 경의선 육로를 통해 개성에 들어갔을 때가 기억에 새롭습니다. 문화재복원 전담부대 소속이라는 인민군들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 시공 솜씨도 혀를 내두를 만했구요."

무원스님은 일단 영통사의 문이 열리고, 서로 간에 신뢰를 쌓았으니 한국 스님들의 상주 문제, 공동법회 개최 등의 당면 현안은 느긋한 마음으로 접근해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영통사에는 북쪽의 국보급 문화재 제37호인 오층탑 등 10여점이 있으며, 이번 사찰 복원과 함께 제자리를 찾게 됐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wowow@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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