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획의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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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여건의 변화에따라 경제운용계획을 신축성있게 조정해 나간다는것은 충분히 납득할수 있는 일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은 「계획이 있다」는것 외에 아무 뜻도 없다.
정부가 제5차5개년계획(82∼86년)을 전면 수정하여 앞으로 3년간 현실적인 경제운용의 지표로 삼겠다는 것도 그런 줄거리에서 이해해야 할것이다.
5차계획이 전제로했던 국내외경제전망이나 그에 근거한 여러지표가 현저하게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성이 없는 지표에 매달려 실천적인 경제운용계획을 작성한다는 것은 현실과 계획의 거리만을 조장할 뿐이다.
지난3년간 추구해온 안정기조의 구축노력이 점차 열매를 맺어가는 대내요인, 원유가하락,세계적인 인플레이션진정, 경기회복과정등 해외요인을 감안할때 계획의 현실접근은 불가피하다.
물론 장기적인 경제계획이 당초부터 안고있는 현실과의 괴리, 또는 4차계획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계획과 실적이 근사치로 나타난바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전면수정에 거부반응을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경제는 개발인플레이션을 동반한 외형팽창에 치우친 나머지 고도성장과 고인플레이션이 악순환을 거듭해왔으며 따라서 이의 시정을 위해 3년간의 조정기를 마련해왔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J·S·밀」이 말하는 『의식적인 경제의 정체』 (Stationary state)는 아니라고해도 적어도 그와 유사한 조정기간을 가졌던 것이다.
「J·S·밀」은「경제와 도덕성」을 논하면서 이윤추구를 유일한 목적으로하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는 사람의 모든 관심은 이윤의 증대로 쏟게하여 경제발전만을 지향하게 함으로써 몰인간적이 된다고 갈파하고, 경제발전이 정체될때나 또는 의식적으로 발전을 일단 정지시켜 인간과 경제의 존재양식에 관해 반성하는것이 소망스럽다고 충고한바 있다.
우리는 제1, 2차 오일쇼크와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부닥쳐 일단 성장이 주춤해지자 그 시간중 경제개발 패턴에 관해 깊은 반성을 해왔고 방향전환을 모색해 왔다.
그것이 경제안정우선 정책으로 결집된것은 우리 모두가 참여하고 있는바에 의해 입증된다.
5차계획의 수정은 이런 과정을 총화하여 경제운용의 지침으로 구체화하려는 것으로 평가할수가 있다.
따라서 5차계획의 수정방향도 우리가 기초를 다져온 「안정과 성장의 조화」에서 벗어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서석준부총리가 「건실한 성장」을 강조한것은 매우 타당한 기본방향제시다.
5차계획 수정은 안정성장에 기본골격을 두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계획이어야한다.
제5공화국은 경제정책의 기본틀을 「제2의 도약」에 두고 86년 GNP 1천4백50억달러(80경상가격), 1인당 GNP 2천2백82달러(80년부변가격)를 목표로한 5차계획의 총경지량를 당초에 내놓았었다.
수정과정에서 어떠한 목표치가 나올것인지는 아직 알수 없지만 별다른 제약이 없는한 축소조정을 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경제발전 단계를 돌아보지않고 경제개발 방향에 회의를 나타내는 논의를 흔히 본다.
무엇을 위한 경제개발이며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를 따지기도한다.
그런 무책임한 회의논은 접어두어야한다.
우리는 「나라」라는 수목믈 거목으로 키워야할 「개발도상국」이지「개발완료국」은 아니다.
아니, 개발완료라는 개념이 없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끊임없는 자기향상 노력을 하는것이며 이 노력이 응집되어 승화하면 국민경제의 성장노력으로 모아진다.
수출의 지속적인 증가, 그를 뒷받침할 기술혁신은 우리에게 주어진 지상 명제이다.
5차계획 수정의 배경은 인플레이션이 동행하지 않는 경제성장의 실현에 있는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대내적으로는 물가안정시책에 더한층 역점을 두고, 수출을 견인차로한 성장에 온힘을 쏟아야만 한다.
수출환경이 악화되었다고해서 축소지향을 고려하는 논의가 나와서는 절대로 안된다.
우리를 가로 막는 난송의 하나가 국제수지 문제라는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국제수지의 개선은 수출증대에서 찾을수밖에 없다는 간단한 논리를 외면할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국민경제 각부문의 요구를 한데모아 수정계획이 세워지면, 모든 경제시책은 거기에서 연역되고 거기로 귀납되어야한다.
과거처럼 「계획」과「시책」이 따로 떨어지는 착오는 없어야한다.
정부는 안정과 성장의 조화를 기하는데 정책수단을 동원해야하며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소홀함이 없어야한다.
기업은 경제조정기간을 거쳐 익혀온 경영체질의 강화에 더한층 힘을 쏟아야한다.
선진국과 기술격차를 좁히면서 국민경제에 기여할수있는 기업의 위치선정을 정확히 해야한다.
기업의 활력이 곧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는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가계는 건실한 소비와 저축으로 애써 이룩해놓은 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협력해야한다.
우리는 86년까지 국내저축률을 3O%까지 끌어올려 외채의존을 없애려하고 있다.
외채를 끌어들여 개발투자를 더이상 한다는것은 더 심각한 외채누증을 결과할 뿐이다.
국내저축으로 개발재원을 조성해야만 국민경제의 내용이 알차게 된다는것을 깨달아야할 시점이다.
경제발전의 세 주역인 정부·기업·가계의 협조가 어느때보다도 잘 이루어져야한다.
우리가 찾아낸 이 기회를 놓치면 선진권에의 진입은 요원한 꿈이 되고만다.
5차계획의 수정은 국민경제 각부문에 의욕과 희망을 주는 내용이 되어야 한다는것을 다시금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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