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매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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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성의 전화((273)8500, (274)7110)가 개통 한달만에 5백41명의 억울한 사정을 들어주었고 그 가운데 반 이상의 여성이 「남편의 매질」에 대해 호소해왔다고 한다.
부부간의 손찌검은 「칼로 물베기」로 표현되는 부부싸움에서 곧잘 등장하는 것이긴 해도 상담자들의 내용을 들어보면 그 정도의 한계를 벗어나 학대의 형태로 나타나고있어 문제를 던져준다.
아내에 대한 구타는 오늘에 나타난 증상만은 아니다. 동서양의 옛날은 물론, 여권이 드센 현대 미국사회에서도 골치앓는 문제의 하나로 꼽힌다.
『그는 그녀의 꼴을 보고 벌컥 성을 내고 면도칼을 갈때쓰는 가죽으로 그녀를 꽁꽁 묶었다. 그러자 그것이 그녀의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그런 여자인 것이다」』
「헨리·밀러」의 북회귀선 한 장면은 여성학대의 극치를 보여준다. 국내문학작품들 속에서도 매맞는 여성의 여러가지 유형을 우리는 볼 수 있다.
가학취미나 피가학취미는 드문 예이면서 개인적인 성향을 지닌 것이다. 또 부부간의 문제는 당사자간의 일이라 누가 참견할 일이 못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가학취미나 피가학취미가 오랜 불평등의식 속에서 자랄 수 있었다는 것에 주의해야 할 것 같다. 그것이 여성은 학대받아도 좋다는 그릇된 고정관념으로 자리잡아 왔고 그 관념의 타성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도 상당수 있는 것 같다.
여성의 전화 총무 이계경씨는 습관적으로 때리는 남편들의 대부분이 결혼 초부터 나타나 있다면서 이들에게는 대체로 여자를 무시하는 사고방식과 권의의식, 열등의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한다.
여성의 전화소식과 함께 또 한가지 폭행한 남편을 처벌해 달라고 경찰에 고소한 약사아내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충격을 준다. 1천만원을 교회에 헌금하고 이 금액을 메우려 밤12시 넘어 집에 들어오는 아내쯤은 두들겨 패주어도 괜찮다는 세론이 지배적이다.
우리주변에 비정상적인 증상이 많을 수록 가정과 사회는 시달리게된다.
이런 일을 계기로 정상회복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봐야될것 같다.

<김징자 문화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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