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개선-내수진정-소득격차해소 등|조화여부가 성패가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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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다섯번째 치르는 5개년 계획이 중도에서 전면 수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외경제여건이 당초 계획을 짜던 때의 예상과는 크게 달라졌고, 전대통령의 의지와 안목, 또 국민적 노력에 비해 유례없는 안정 속의 고도성장을 이룩했으니 경제개발계획도 거기에 맞추어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5개년 계획의 첫해였던 작년 한해동안의 경제운용결과부터 당초 예상과는 크게 달라졌다. 금년전망도 마찬가지다.
작년의 경우 물가와 국제수지는 우려했던 것보다 호전된 반면 성장과 수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물가(GNP 디플레이터기준)가 14%로 예상했던 것이 8%로 크게 떨어졌고 49억 달러로 잡았던 경상수지적자는 25억 달러로 줄었는가하면, 경제성장률은 8%를 기대했으나 5·4%로, 수출은2백53억 달러를 자신했었으나 2백15억 달러에 머물렀다.
왜 이 같은 결과가 빚어졌을까. 우리나라 뿐만 아니다. 가장 큰 원인은 예상했던 고유가체제가 거꾸로 저유가체제로 돌변해버렸기 때문이다.
5차5개년 계획을 짜던 81년만해도 2차 오일쇼크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므로 우리가 사다 쓰는 기름값이 연간 10%씩은 오를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던 것이 금년 초에는 15%가 내렸다. 5년 후에는 60%나 오를 것으로 계산했던 기름값이 최소한 현상유지를 할 전망이고 보면 전체경제운용계획도 당연히 달라져야한다.
여기에다 세계경기회복이 기대보다 더디게 나타났다. 당초 5개년 계획을 짤때는 세계교역량이 연평균 5%씩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작년에는 오히려 0.9% 줄었고, 향후3년간은 잘해야 4%정도 늘 것으로 고쳐잡고 있다. 수출이 잘 안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5차5개년 계획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근본동기는 단순한 경제전망의 차질을 고쳐잡기 위한 것이 아니다.
총량지표의 수정 정도야 해마다의 연차계획을 통해 고쳐갈 수 있다.
더구나 5차5개년 계획을 추진하는 자세가 정부스스로 누차 강조했듯이 목표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전체적인 방향과 흐름의 큰 줄기를 잡아나가겠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에 시도되는 5차5개년 계획의 중도전면 수정작업은 엄밀히 말해 남은 계획기간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3개년 계획」수립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평가일 것같다.
경제여건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에 더해서 이왕 그렇다면 정부의 정책의지를 보다 강력히 반영시키는 기회로 삼아 아예 다시 짜보자는 이야기다.
그래서 한때는 5차5개년 계획을 완전백지화하고 내년부터 적용하는 새로운 5개년 계획수립이 검토되기도 했었다.
그 동안의 경제운용실적-즉 저금리·저환율·저물가룰 바탕으로 한 적정성장-에 자신을 굳힌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남은 5차5개년 계획운용에서도 그런 의지와 결의를 널리 천명하면서 더욱 강력히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미 중요한 정책전환의 모멘트는 금년 초에 들어서면서 완연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물가제로작전을 밀어붙이는 강력한 정책의지나 내년도 예산동결의 방침 등이 바로 그러한 전환의 요체들인 동시에 새로 만들어질 그릇에 담겨질 주요 내용물일 것이다.
대체로 그 요약은 「초안정 속에 지속적인 고성장」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최근의 물가안정과 급속한 경기회복세가 자신감을 불어넣었을 것이다.
물가는 제로베이스, 국제수지는 흑자로 돌아서고, 그러면서도 성장은 연평균 7∼8%선을 고수하려 할 것이다.
분명한것은 최소한 당초5차5개년 계획을 짤 때의 비관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가셨고, 오히려 낙관적인 기미가 강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가장 우려했던 물가가 기대이상 안정된 것이 다른 모든 것을 결정적으로 고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계획수정에 보완해야할 점도 많다. 가장 애로가 국제수지문제다.
석유 값의 하락으로 적자폭이 크게 줄었으나 한편으로는 수출의 부진 때문에 외채의 원리금 상환부담률은 82년의 경우12.4%로 예상했던 것이 15.5%로 높아졌다.
특히 유가하락→중동경기 쇠퇴→해외건설수입감소 등으로 이어지는 적신호도 충분히 감안되어야할 것이고 올림픽개최에 따른 부담문제도 지금부터 빈틈없는 준비가 있어야할 것이다.
또 내수세 일방으로 일부과열기미까지 보이는 경기가 수출의 뒷받침 없이 과연 얼마나 버텨나갈 것인가. 제자리를 못찾고있는 돈의 흐름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예산을 동결하면서도 약속한 정부사업은 여하히 꾸려나갈 것인가. 벌어지는 소득격차는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가….
이처럼 보완해야할 난제들이 곳곳에 산재해있다. 정책의지를 앞세워 총권지표의 목표달성을 무리하게 밀고 나가면 더 덧날 성질의 것들이다. 이점엔 특히 절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일반국민들이 정부의 경제계획을 보는 시각은 성장률이 몇%냐가 아니라 서부총리도 지적했듯이 『국민생활의 향상에 실제로 얼마나 기여하는가』에 쏠려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짜고 모든 지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한들 교통난과 콩나물교실이 여전하고 부동산투기가 난리를 피우면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새 부총리의 취임 첫 소감으로 밝힌 「정부정책의 신뢰회복책」이야말로 전면수정될 5개년 계획의 요체가 되어야할 것이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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