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마늘 양파로도 큰 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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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수출용 원자재수입을 교묘히 이용, 중공산 참깨와 오징어를 대량 밀수해온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탈법으로 이어진 「연쇄탈법형범죄」였다.
이들은 밀수외에도 깻묵에 물을섞어 만든 호미유2백41t을 대응수출하는것처럼 속여 항해중 바다에 버린뒤 홍콩의 수입상사와는 수출이 된 것처럼 짜고 관세환급 (관세환급) 1억2천만원까지 되돌려 받았다.
강씨는 모든 밀수자금을 대주고 이익의 50%를 차지했으며 선주 김씨는 위험부담금조로 1항차당 5천만원씩 받은뒤 통관까지 책임진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선주 김씨는 선장 강현준씨(35)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2억원짜리 배를 사주기도했다.
또 시중판매는 정기윤씨(46 유신물상전무)가 맡는등 범행을 조직적으로 분담해왔다.
한편 부산 삼진냉동대표 조정묵씨(39 구속)등 2명은 지난 4월 연근해 출어허가를 받아 나간뒤 조업은 않고 일본에서 냉동오징어 3백40t, 냉동조기 60t등 8억여원어치를 밀수입, 관세 3천5백만원을 포탈했다.
이들은 이때 원산지인 뉴질랜드의 한국대사관에서 직원들이「원산지 증명서」를 획인없이 발행해주는 것을이용, 값싼고기를 사들여 국내에서 비싼값을 받고 말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바나나수입과 생선수입 업무는 달아난 김길태씨등이 전담해 정확한 루트와 수량은 이들이 잡히면 더 드러날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또 마늘 양파가 대풍이던 78·79년에는 정부가 이를 수출하면 대신 바나나수입권을 주겠다는 링크제 수출입 정책을 발표하자 마늘·양파에 돌멩이를 섞어 통관시켜 바다에 쏟아버리곤 수출실적증명서를 이용해 홍콩등지에서 바나나만을 수입해 국내에 비싼 값으로 팔기도 했다.
이들은 밀수대금중 70만달러는 김포공항을 통해 특수비닐가방에 10만달러씩 7차례에 나눠 갖고 나갔다. 이때 사용한 비닐백은 X레이 투시기에 적발되지 않는 특제품이었다. 이들은 직접 갖고 나가지 못한 외화는 「오버밸류」수법을 이용해 외환은행창구를 통해 빼돌렸다.
즉 홍콩에서 참깨를 수입할때 t당 8백달러인데도 1천달러씩 준뒤 후에 2백달러를 안도무역공사로부터 되돌려받는 수법을 써왔다.
검찰은 수배중인 운반·통관책 김씨가 붙잡히는대로 통관관계자들의 관련여부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수사과정서 관련자들은 한결같이 『한번만 하고 손 떼려했으나 한탕하면 3억∼5억원이 생기는 맛에 계속 하게 됐다』고 말해 『열번 중 한번이면 평생이 보장된다』는 밀수의 생리를 다시금 실감케했다. <이만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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