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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now] 68년 만에 노면 전차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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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68년 만에 다시 등장한 노면 전차. [파리AFP=연합뉴스]

12일 오전 8시40분 파리 15구 발라르 광장 앞 대로. 1937년 사라진 노면 전차가 다시 파리에 나타났다. 출근길 시민들은 바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흥분된 표정으로 지켜봤다.

매연이 전혀 없는 노면 전차의 이름은 'T3'. 시험운행 첫날에 T3는 가리글리아노 다리와 발라르 광장 사이 600m 구간만 운행했다. 시운전이라 최고 속도는 시속 25㎞를 넘지 않았다.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 등 유력 인사들의 시승 행사가 끝난 오전 11시 이후 시민들에게도 시승이 허용됐다.

T3의 공식 노선은 가리글리아노 다리에서 파리 동부 포르트 디브리까지 7.9㎞ 구간이다. 센강 남쪽을 동서로 관통하는 이 구간에는 모두 19개의 역이 설치된다. 예정 주파시간은 24분. 각종 안전도 테스트를 거친 뒤 내년 말 정식 개통될 예정이다. 파리시는 이 전차가 운행되면 하루 10만 명의 승객을 실어나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T3는 깨끗한 도시 만들기 작업에 일조하게 된다. 파리시는 몇 년 전부터 오염 없는 생태도시를 만들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펼쳐왔다. 자가용과의 전쟁이 대표적이다. 노상 주차장을 줄이고, 교통신호나 주차 법규를 위반한 차량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딱지를 떼고 있다. 대신 버스 전용차로와 자전거 전용도로는 늘렸다. 서울 면적의 6분의 1에 불과한 파리 시내에 버스 전용차로는 모두 190㎞에 이른다.

한마디로 파리 시내에서는 자가용을 타지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얘기다. 가시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파리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시내 주요 간선도로를 통행한 자가용은 2003년에 비해 3% 줄었다. 신규 차량 등록대수도 줄었다.

노면 전차로 파리시는 지하철이나 버스보다 더 효율적인 대중 교통수단을 갖게 됐다. 지하를 달리는 지하철의 답답함과 교통체증으로 도착시간을 예측하기 어려운 버스의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대안이다.

이런 장점 덕분에 최근 프랑스에서는 전차를 도입하는 도시들이 늘고 있다. 파리 인근 라 데팡스와 이시 레 물리노, 동부의 스트라스부르에서는 이미 노면전차가 확실한 대중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는 노면 전차 운행을 위해 현재 3개의 노선이 건설되고 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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