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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탈 땐 주스·계란 멀리, 두통 오면 햄·감귤 피하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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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우유의 칼슘이 심장박동을 촉진하고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오히려 불면을 일으킨다는연구가 있다. 술은 깊은 잠에 들지 못하게 한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우경(63)씨는 얼마 전 병원에 갔다 깜짝 놀랐다. 김씨는 지난해 말부터 녹즙을 마시기 시작했다. 담배를 피우는 남편을 걱정해 아내가 아침마다 케일·시금치 등 녹황색 채소를 갈아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은 오히려 더 피곤했다. 김씨는 명현(瞑眩) 현상이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실은 녹즙이 김씨의 몸을 갉아먹고 있었다. 의사는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김씨 같은 사람은 녹황색 채소를 고농도로 섭취하면 오히려 해가 된다”고 말했다. 녹황색 채소에는 칼륨이 많은데 신장에 문제 있는 사람은 이 칼륨 배설 기능이 떨어진다. 고칼륨증이 되면 가슴통증·손발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심장마비까지 일으킬 수 있다. 김씨는 늦게라도 알게 돼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배지영 기자

세상의 모든 음식은 양면의 날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 약이 되는 음식이 어떤 사람에게는 독이 된다. 좋다고 소문난 건강식품도 특정 질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해가 된다. 아플 때 특히 가려먹어야 할 음식들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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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염엔 계란, 머리 아플 땐 훈제식품 피해야

살면서 가장 많이 겪는 질병 두 가지를 꼽으라면 복통과 두통이 꼽힌다. 이런 흔한 질병에도 가려먹어야 할 음식이 있다. 우선 설사를 할 때는 과일주스를 조심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송미 영양팀장은 “오렌지주스·사과주스·포도주스는 삼투성이 높다. 혈액 내로 수분을 더 빨아들여 설사를 악화시킨다(삼투성 설사)”고 말했다.

장염에 걸렸을 때는 수박·복숭아·자두·양배추·우엉 등을 피한다. 장을 자극하는 성질이 있어 장염을 더 악화시킨다. 계란도 금하는 게 좋다. 차병원 푸드테라피센터 이기호 교수는 “감염이 됐을 때 계란의 단백질을 분해할 만한 충분한 효소가 나오지 않는다. 이때 계란을 먹으면 구토와 부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변비가 있는 사람은 파·마늘·양배추류를 먹지 않는 게 좋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이런 식품들은 가스를 많이 생성해 복부팽만증을 유발한다”며 “변비도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메스꺼울 때는 치즈가 든 식품은 피한다. 이기호 교수는 “소화불량 시에는 치즈를 소화시키는 효소가 부족해진다”고 말했다. 고지방식 역시 좋지 않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는 "치킨·햄버거·피자 등에 많은 포화지방은 위장을 자극해 소화를 더욱 더디게 한다”고 말했다.

우유가 교감신경 흥분, 잠 쫓을 수도

머리가 아플 때는 어떤 음식을 멀리해야 할까. 우선 훈제식품을 먹지 않는 게 좋다. 강 교수는 “햄·소시지·칠면조 등 훈제육류에는 화학조미료와 아질산염이 섞여 있는데, 이 성분들이 뇌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두통을 유발하거나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도 두통을 촉발한다는 보고가 있다. 아스파탐이 든 대표적인 식품은 청량음료다. 그렇다면 과일은 어떨까. 바나나·감귤·오렌지는 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치즈·우유 등의 낙농품, 땅콩·호두 등의 견과류, 옥수수 등의 알곡류도 두통을 심하게 할 수 있다. 개인차가 있긴 하겠지만 두통이 생겼을 때 이들 식품을 잘 가려 먹는게 좋다.

열이 날 때는 커피를 피한다. 이기호 교수는 “카페인은 열이 날 때 체온을 더 높이는 작용을 한다. 땀의 분비, 떨림 현상을 더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견과류도 좋지 않다. 견과류에는 체온을 높이는 아르기닌(아미노산의 일종) 성분이 풍부하다. 아몬드·호두·헤즐넛·아마씨가 대표적이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이 주의해야 할 식품도 있다. 다사랑중앙병원 조근호 원장은 "약간의 음주는 취기를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깊이 잠들지 못하게 한다. 시간이 흘러 알코올 농도가 약해져 오히려 각성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뜻한 우유 한잔은 잠을 잘 오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다른 연구가 나왔다. 우유의 트립토판 성분이 수면을 유도하는 것보다 우유의 칼슘 성분이 심장박동을 촉진하고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불면을 일으킨다는 주장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뼈 약하면 청량음료, 천식환자는 맥주 삼가야

특정 질환이 있을 때도 주의한다. 대표적인 게 간질환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건강한 사람은 단백질을 정상적으로 분해해 배설한다. 하지만 간이 나쁜 사람(간부전 환자)은 단백질 대사산물(요소)을 잘 배설시키지 못해 체내 농도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요소가 뇌로 가면 의식상태를 저하시킨다. 종종 고단백 식사 때문에 갑자기 혼수상태가 돼 응급실로 실려오는 사람도 있다.

식품의 유통기한에도 신경을 쓴다. 유통된 지 오래된 육류·채소, 가공단계를 많이 거친 식품(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것)은 해독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간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이들 물질을 제대로 해독하지 못해 체내 독소가 쌓이기 쉽다. 간질환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간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되도록 자연식, 신선한 음식을 먹는 게 좋다.

골다공증이 있는 사람은 청량음료와 육류 섭취를 유의한다.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요소인 인(Phosphorus)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콩에 많이 든 옥살산은 장내 칼슘과 불용성 복합체를 형성하기 때문에 역시 칼슘 흡수를 방해한다. 적당히 먹는 게 중요하다.

천식이 있다면 맥주·포도주, 감자로 만든 식품, 말린 새우 등을 조심한다. 이들 식품에는 아황산염이 많이 들어 있는데 천식환자에게 급성발작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있다. 아황산염은 식품의 산화방지제·탈색제·방부제 등에도 들어 있으므로 가공식품 섭취를 가급적 삼가는 게 좋다. 살리신염산도 천식을 악화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이 성분은 아몬드·오이·고추 등에 들어 있다.

신장병 환자는 야채 섭취 시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녹황색 채소에 많이 든 칼륨이 신장에 고칼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 칼륨은 물에 녹는다. 서울대병원 박민선 교수는 “채소를 물에 넣고 데친 뒤 그 물을 따라 버리고 다시 물에 한번 더 데쳐 조리한다. 고구마·감자도 칼륨이 많기 때문에 얇게 썰어 충분한 양의 물에 넣고 데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과일·채소 껍질이나 줄기도 칼륨이 많기 때문에 가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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