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에 비해 승진이 늦은 이유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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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중앙포토DB]

직장에서 자녀의 존재란 성(性) 차별적이다. 애 딸린 여성은 애 없는 여성에 비해 회사에 덜 헌신적이라고 평가받는다. 반면, 애 딸린 남성은 애 없는 남성보다 관리자로서의 수련을 더 받았다고 여겨진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브리지드 슐츠 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명 ‘엄마 패널티, 아빠 보너스’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사회가 여성에게 더 높은 기준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애초에 여성과 남성을 다른 출발선에 놓고 평가하다 보니, 여성이 남성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줘야만 그나마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성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여성과 남성이 똑같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4%는 리더십에 있어 여성과 남성이 별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오히려 여성 리더가 남성에 비해 윤리적이라는 답은 31%에 달했지만, 그 반대는 3%에 그쳤다.

그러나 미국 국회의원의 여성 비율은 19%에 그친다. 포춘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중 여성은 5%에 불과하다. 이런 인식과 현실의 간극에 대해 잡지는 “사람들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잘할 거라고 전제한다”며 “이런 선입견 탓에 여성이 리더 자질을 입증하는데 남성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여성의 노력은 저평가 받는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회의 시간에 다른 동료보다 말을 많이 하는 남성 임원은 전문가들의 능력 평가에서 10% 더 후한 점수를 받았지만, 말 많은 여자 임원은 14%나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잡지는 “여전히 감정적인 수준에서는 ‘여성 리더는 이상하다’고 여긴다”며 “더 많은 여성이 리더의 자리에 올라야 이런 선입견이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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