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건축공사 단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건축과 관련한 각종 부조리를 강력히 단속한다는 발표는 흡사 교통위반을 단속하는 일처럼 모두에게 너무 익숙한 일상의 일같이 여겨진다. 그만큼 건축 부조리는 뿌리깊고 쉽게 없어지기 어려운 속성을 지니고 있다.
정부가 벌이기로 작정한 이번의 강력단속도 물론 지금까지의 범주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우나 몇가지 점에서 종전보다 강화된 부분이 눈에 뛴다.
우선 지금까지의 법규위반 건축이나 부실공사가 대부분 시공감리자만의 책임이라기 보다 건축주의 강요에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에 비추어 시공자나 건축주에 대한 연대 처벌을 시도하고 있는 점이 이전과 달라졌다. 공사감리자가 건축에 관한 법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시공주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할 때 위법의 책임을 넓히는 것은 단속의 효과에서는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연대 처벌이 갖는 부작용과 마찰의 소지도 없지않다. 원칙으로 말하면 건축행위는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기술적 공정이다. 이런 전문적 공정에서 나타나는 법적 또는 위법을 비전문가인 건축주가 모두 파악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연대처벌이 남용되거나 잘못운용될 경우 법적 차원에서의 실임문제는 매우 미묘해질 소지가 없지않다.
따라서 연대처벌 문제는 획일적용하기보다는 위법의 내용과 정도에 따라 시공주의 관여와 책임을 따지는 객관성을 지닐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건축부조리의 상당부분이 위법여부를 따지는 일 자체가 갖는 모호함에서 비롯되는 점을 생각한다면 기존의 각종 건축관련 법령이나 예규가 충분히 객관적이고 명료한지를 먼저 따지고 그것부터 미리 정비하는 것이 일의 순서일 것이다.
특히 건축법규중 지방자치단체에 이임된 각종 예규·통첩들이 너무 자주 바뀌고 원칙과 통일성을 잃음으로써 각종 혼란과 무질서를 초래할 뿐 아니라 이런 혼란과 무원칙이 부조리의 온상이 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지나와 같다.
따라서 건축부조리의 일소는 무엇보다도 관계법규의 정비와 객관화, 건축행정과 연관된 각종 무원칙의 일소와 일관성 유지에서 그 시발점을 찾아야할 것이다.
이런 기본 토대의 정비가 바탕이 돼야만 재량과 자의의 소지가 줄어들고 건축부조리의 근본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위법건축의 단속은 우선 사적용도의 건축보다 공공성이 높은 건축에 치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말썽이 되어온 서민용 연립주택의 경우 언제나 부실공사와 부실자재 사용이 문제되어왔다. 이번 기회에 서민용 공동주택의 건축과정에 대한 감시를 더욱 철저히 할수있게 장치를 마련하고 하자보수에 대한 규정을 의무화 또는 강화하여 입주자들의 피해를 줄이는데 역점을 두기 바란다.
위법건축의 상당부분은 건폐율, 용적률, 주차장확보등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이런 연관된 행정조례나 명령기준도 재검토하여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일이 긴요하다.
대중 또는 공공목적의 건축은 용도 변경등의 형태로 위법이 다반사로 이루어짐에 비추어 점포·위락시설·공장·주차장등의 위법 또는 불법건축은 보다 엄격히 단속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위험도 높은 공장건축이나 공객업소의 건축단속은 단순한 건축상의 위법이기전에 사회의 안전과 국민보건에 연결되는 중요 문제이므로 위법의 소지를 건축과정에서 철저히 사전봉쇄하는 특별한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