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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공장, 다중 공급라인, 쇼핑몰, 디자인, 한국 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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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의 소비 수준은 상하이와 맞먹는다. 광저우의 명동으로 불리는 최고 번화가 베이징루(北京路)에는 세계 각지의 브랜드 매장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경제 1번지’ 광둥을 잡기 위한 전 세계 기업의 경쟁이 치열하다. 광둥성 국내총생산(GDP)의 70%를 담당하는 광저우·선전·둥관 등 주요 도시에 자리 잡은 한국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첨단 기술 산업부터 전통적인 임가공업,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광둥 시장 공략의 기치를 들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나름대로 터를 잡아가고 있는 이들에게서 중국 비즈니스의 성공 키워드를 뽑아 본다.

1. ‘중국 서플라이 체인’에 올라타라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개발구에 공장을 짓고 지난해 7월부터 최신 모델인 8.5세대 LCD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전 공정을 갖춘 해외 패널 공장으로는 1호다. 주요 납품처인 스카이워스 공장이 바로 길 건너에 있다.

55인치·49인치·42인치 등 초고화질(UHD)과 풀HD TV용 LCD 패널을 포함해 월 생산량은 6만 장. 2016년 말까지 최대 12만 장으로 늘릴 계획이다. 늘어나는 수요에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다.

최재익 LG디스플레이 상무는 “납품업체 가까이에 있다 보니 물류비 절감뿐 아니라 성수기 등에 업체의 요청이나 수요에 맞춰 늦게까지 물량을 넣는 등 탄력적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점점 더 공고해지고 있는 중국의 ‘풀 셋(Full Set) 공업구조’ 내부로 진입했다는 데 큰 의미를 갖는다. 중국은 부품 조달에서 완성품 조립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국내에서 해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현지 공장으로 ‘그들만의 서플라이 체인’에 올라타게 됐다.

2. 한국의 맛과 멋을 살려라

한국 스타일로 시장을 사로잡은 곳도 있다. 광저우 위안징루 인근의 고깃집 ‘강호동 육칠팔’이다. 손님이 직접 불판에 고기를 구워먹는 한국식 고깃집이다.

한인타운의 외진 골목에 자리 잡고 있지만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식당이 됐다. 파트타임 직원까지 포함해 종업원은 20여 명에 이른다.

석명윤 사장은 “직접 고기를 굽는 것이 중국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SNS 등으로 알려지면서 입소문을 타게 됐다”며 “좋은 음식 재료와 질 좋은 숯 등을 사용하는 것이 고객들에게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3. ‘멀티(다중)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하라

카메라 모듈 등을 생산하는 LG 이노텍은 중국 휴대전화 제조사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화웨이와 레노버, 샤오미 등 중국 업체가 자국 내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면서 영향력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김태훈 LG이노텍 선전사무소장은 “5년 전부터 화웨이와 레노버 등 중국 플레이어가 늘어났다. LG 그룹에서 벗어나 멀티 서플라이 체인을 형성할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내 업체는 모회사(한국)-투자회사(중국) 간 거래가 많았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하청관계가 중국으로 고스란히 넘어가기도 했다. 앞으로는 그 같은 단선적 공급체인에서 벗어나 가급적 많은 중국 업체에 공급할 수 있는 멀티 공급라인을 구축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4.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어라

광저우에서 여성복과 아동복 업체를 운영하는 이자르(IZAR)는 디자인으로 부가가치를 높였다. 디자인에 집중해 질을 높인 소품목 생산을 경쟁 포인트로 잡았다. 아동복은 여자 아이 옷 중에서도 재킷과 원피스만 만든다.

올해 처음 만든 남자 아이 옷은 겨울용 점퍼만 생산한다. 치마와 바지, 티셔츠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어서다. 현재 광둥성에만 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안상미 대표는 “한 자녀 정책으로 자녀에 대한 관심이 크지만 이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만한 고급스러운 옷은 많지 않다. 정장 스타일의 아동복 등 아이디어를 더해 틈새시장을 공략했다”고 설명했다.

5. 큰 성공은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온다

광저우에서 유통매장 분양사업을 하고 있는 부한투자관리유한공사는 광둥 최대 부동산개발 업체인 푸리와 공동으로 쇼핑몰 임대 사업을 하고 있다. 푸리가 개발한 매장(ICON)을 부한이 임대 대행하는 형식이다. 면적은 2개 동에 약 1만 평. 부한은 한국의 문화가 살아 있는 쇼핑 공간으로 매장을 조성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회사 윤호중 사장은 “쇼핑몰이라는 거대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 한국의 우수 콘텐트(브랜드)를 모을 생각”이라며 “한국 기업들도 이젠 중국에서 플랫폼 비즈니스에 나설 때가 됐다고 말했다. 쇼핑몰(플랫폼)을 차려놓고 브랜드(콘텐트)를 입점시키는 방식이다.

글=이봉걸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 fengjie@kita.net, 중앙일보
공동취재, 사진=광저우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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