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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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에서 볼 때 「레이건」미국대통령의 11월 아시아순방은 두 가지 측면에서 그 뜻을 살펴 볼만하다. 그 하나는 내년 초부터 시작될 미대통령선거이고 다른 하나는 「레이건」행정부가 재확인한 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이다.
한때 「레이건」의 아시아순방이 선거전에서 플러스로 이용될 수 있기 위해서는 순방국 중에 중공이 포함돼야 되는데 현실적으로 중공방문이 확정되지 않은 여건 속에서는 「레이건」대통령이 아시아순방을 아예 포기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그러나 막상 아시아방문이 확정된 시점에서 볼 때 그와 같은 전제는 백악관의 계산을 잘못 판단한 듯하다.
백악관은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에 중공을 방문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11월 순방 때는 중공이 방문 국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중공수상 조자양의 워싱턴 방문 일정이 확정돼야만 「레이건」의 북경방문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이제 확실해졌다.
미국선거와 관련해 볼 때 일본의 자민당이 참의원선거에서 승리한 직후에「레이건」의 아시아순방계획이 발표된 것도 의미가 있는 듯하다.
「래리·스피크스」백악관대변인은 이에 대해 『일본선거결과와는 구체적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지만 영국의 「대처」수상이 거둔 총선거승리에 이어 미국의 대소전략에 가장 과감하게 동조해온「나까소네」(중증양강홍)수상이 승리를 한 것은 「레이건」대통령의 정치적 후광에 큰 도움이 됐다.
이와 같은 정략적 차원을 넘어서 볼 때「레이건」의 아시아방문은 「레이건」외교정책의 핵심적 지역을 점검한다는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스피크스」대변인은「레이건」대통령의 아시아방문을 발표하면서 『미국은 아시아권에 속하는 나라다. 대통령은 미국이 이 지역에 부여하고있는 중요성을 재학인 하려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말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는 것은 특히 「슐츠」가 국무장관에 임명된 이래 「레이건」행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표명한 성명들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레이건」대통령의 외교정책기조는 세계의 모든 문제들을 대소대결정책의 테두리로 묶는 것이었다. 그런 큰 테두리 안에서 초대국무장관이던 「헤이그 」는 중공의 대소견제역할을 일본 보다 더 강조하는 쪽으로 아시아 정책을 이끌어 나갔다. 그러나 경제전문가인「슐츠 」는 국무장관에 임명된 이래 강조점을 군사면 보다 경제면에, 또 중공보다 일본 쪽으로 옮겨간 인상이다.
의회증언을 통해 국무성과 국방성관리들이 거듭 지적하는 것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대한 미국의 교역량이 유럽과의 교역량보다 많다는 점이다. 「슐츠」국무장관은 이 지역이 갖는 경제발전의 잠재력을 두고 세계의 권력중심이 대서양으로부터 태평양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믿는 몇 안 되는 인사중의 하나라는 보고도 있다.
한국의 경우도 최근「로버트·롱」 태평양지구사령관이 밝혔듯이 미국의 대소견제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적어도 미국 쪽에서는 기대하고있는 것이 확실하다.
이런 배경에서 볼 때 「레이건」대통령이 중공을 제외한 한국·일본과 아세안의장국인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3국을 순방하기로 결정한 것은 미국의 아시아정책에 조용하나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를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 <워싱턴=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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