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위험 인정한 RO…대법원 "증거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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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22일 이석기(52)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존재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며 인정하지 않아 헌법재판소와 차이를 보였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RO 등 통합진보당 주도 세력의 위험성을 인정해 해산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이 전 의원과 검찰 측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이 전 의원에 대해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김홍열 통진당 경기도당 위원장 등 6명도 징역 2~5년과 같은 기간의 자격정지형을 선고한 항소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선 항소심과 같이 "내란음모 실행의 구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직접 낭독한 판결문에서 "내란음모가 성립하려면 공격의 대상, 목표가 설정돼고 주요 사항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하고 그 합의의 실질적 위험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합 당시) 남부권 토론에서 여러 사람이 생각나는데로 각각 폭력행위를 논의했지만 합의로 볼 만한 것은 없고, 폭력 방안 실행을 위한 준비행위를 했다는 정황도 없다"며 "내란음모죄 성립에 필요한 내란 실행에 합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내란선동 혐의에 대해선 "이 전 의원 등이 한반도 전쟁이 발발할 것에 대비해 국가 기반시설 파괴 등 폭력적 행위를 포함해 정보·선전· 군사 분야에서 다양한 물질적, 기술적 수단과 실행계획의 기준 제시하고 전국적으로 강력하게 실행하라고 촉구했다"며 "이런 발언은 북한의 도발 계속 되는 상황에서 그 자체로서 위험성있는 내란선동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1·2심 당시 쟁점이었던 RO 존재에 대해선 "기록상 강령 등을 갖춘 특별한 조직이 존재하고 130여명이 이 조직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나 RO 제보자의 진술은 상당 부분 추측 의견에 해당해 증명력이 높지 않고 이를 뒷받침할 다른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제 130여명이 가입해 어떤 활동했는지 자료가 없는 것으로 봐서 강령· 목적·조직보위체계 갖춘 RO가 존재하고 회합 참석자들이 RO의 구성원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내란음모·선동=내란음모는 두 사람 이상이 내란범죄를 실행하기로 구체적으로 합의해 실질적 위험성이 있을 때 성립한다. 반면 내란선동은 내란범죄를 하도록 부추기기는 했으나 시기·대상·방법 등을 합의하지 않은 경우다.

전영선·박민제 기자 azul@joongang.co.kr
[사진=공동취재단]

내란음모 무죄, 내란선동 유죄… 항소심 확정
상고기각 이 전 의원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
헌재는 "RO 등 주도세력 위험성" 인정해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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