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행정 너무 자주 바뀐다|서울시 경우 한달도 안돼 "보류"를 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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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건축·도시계획에 관련된 행정지시가 너무 자주 변덕을 부린다. 어제까지 잘 시행돼 오던 제도도 약간의 부작용이나 문제가 있으면「전면금지」「일체불허」등으로 하루아침에 정반대로 바꿔버리거나 새방침을 세우고 얼마 못가서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등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당국의 지시나 행정조치를 믿고 계획을 세웠던 시민들은 그때마다 예정을 바꾸고 계획을 변경하느라고 당황하고 이에따른 재산피해와 시간낭비 등 손실이 엄청나다.
서울시는 지난 3일 서울시내 전역에서 도심재개발지구 등 일부를 재외한 일반사무실용 건물의 신축허가를 전면 보류, 허가를 내주지 않다가 21일 만인 23일부터 5층 이하는 전면해제, 허가를 재개하고 6층 이상 건물은 입지심의를 거쳐 제한된 범위 안에서 허가를 내주도록 구청에 지시했다. 서울시가 당초 사무실용 빌딩의 허가를 보류한 것은 은행의 돈이 빠져 부동산투기에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긴급히 취해진 것이나 그후 민원이 잇따르고 일괄적으로 건축규제를 하는 것은 건축경기나 행정상문제가 많다는 여론에 따라 결국 한달도 안돼 방침과 지시를 뒤엎은 것이다.
이에따라 5층 이하의 사무실을 지을 때는 종전과 같으나 6층 이상 빌딩을 짓는 사람은 건축허가 신청전에 교통·주차·조경계획 등을 포함하는 입지 심의신청서를 내야하며 서울시가 이를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심사, 허가해 준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또 지난20일에 도심재개발지역 안의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물바닥면적비율)을 종전 45%에서 50%로 높였다. 건폐율 역시 상업지역은 60%이나 81년6월부터 과밀화를 막는다고 서울시 조례로 45%이하로 규제했으나 재개발촉진이라는 이유로 이를 완화한 것이다.
이밖에 서울시는 5월31일부터 여관·사우나탕·고고클럽·카바레·나이트클럽 등의 신규허가를 묶은데 이어 지난 14일부터는 잠정적으로 살롱·바·요정·일식 등 일반유흥·전문음식점의 신규허가 및 증개축·이전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이 조치에는 잠정적이란 단서가 붙어 얼마안가 또다시 해제할 것이 예고되고있다.

<일관성 있는 정책을>
▲안해균교수(서울대·행정학)=행정지시의 생명은 적법성과 일관성이다. 행정지시는 공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정책을 뒷받침하는 것이므로 과거·현재·미래가 일관성 있어야 한다. 만일 일관성을 잃으면 조직에 혼란이 오고 시민들이 행정기관을 믿지 않게 된다. 또 시민의 권익과 재산에 피해를 주게 마련이다.
따라서 행정지시를 내릴 때는 반드시 관계부처 또는 한 부처안에서도 유관기관과 충분히 협의, 부작용이 없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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