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타이 국제학교 진입 탈북자 7명 강제 북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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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옌타이(煙臺) 한국국제학교에 진입했던 탈북자 7명의 강제북송 사태는 탈북자를 다루는 중국 정부의 손길이 거칠어졌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국제학교를 외교공관에 준해 한국행을 보장해주던 방식에서 벗어나 엄격한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 "탈북자와 브로커에 대한 경고"=8월 말 학교 진입 이후 한국행을 낙관해온 한국 정부는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다. 앞서 10여 차례 중국 내 외국인학교 진입 탈북자 사건이 모두 한국행으로 결말난데다, 외교 채널로 중국 측에 본인 희망에 따른 처리를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번 북송사건은 대단히 충격적"이라고 말한 것도 정부 내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마침 북한 노동당 창건 60주년(10월 10일)에 맞춰 중국 우이(吳儀)국무원 부총리가 방북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를 맞아 북.중 친선을 강조하는 등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이 같은 정황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중 외교마찰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그러나 중국이 탈북자 정책의 기본틀을 바꾼 게 아닌 만큼 과민반응은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고려대 국제대학원 안인해 교수는 "중국 정부는 국제학교를 치외법권 지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수차 밝혀왔다"며 "이번 조치는 탈북자와 브로커에 대한 경고의 의미"라고 말했다. 6자회담에서의 협력분위기 등 한.중 관계에 특별한 나쁜 소재가 없었다는 점에서 탈북자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나 한국에 대한 불만 표시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게 안 교수의 분석이다.

◆ 발 묶인 중국 내 탈북자=당장 중국에서 한국행을 희망하는 탈북자들이 답답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국제학교 진입을 통해 서울행 티켓을 얻던 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중국 내 외교공관을 통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요구하는 탈북자까지 중국이 강제 북송 하기에는 외교적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삼엄한 경비를 뚫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 북송 탈북자 어떻게 되나=단순 탈북이지만 외교 문제로 번진 만큼 북송된 7명은 처벌을 면키 어렵다. 한국행 의사까지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조국을 배반한 죄'로 처리되면 극형이다. 그렇지만 북한 당국이 선처할 가능성도 있다.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이금순 소장은 "중국의 외교적 체면이나 외부 눈길을 의식해 심각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 옌타이 한국국제학교 탈북자 일지

8.29 낮 12시쯤 옌타이 한국국제학교에 탈북자 7명(남 2, 여 5) 진입

주청도총영사관 중국 당국에 우리 공관 이송 위한 협조 요청

중국 세 시간 만에 강제 연행

9.29 탈북자 전원 북송

9.30 주청도총영사관 탈북자 북송 사실 보고

외교부 강력한 유감.항의 및 원상회복 요구토록 주청도총영사관에 지시

10.6 주한 중국대사관 외교부에 9.29 북송조치 확인 통보

10.7 유명환 외교부 1차관 주한 중국대사에게 유감.항의 표시

10.8 김하중 주중대사 중국 외교부 선궈팡(沈國放) 부장 조리(차관보)에게 같은 입장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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