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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아줌마] 블랙·블루·그린…라벨색, 그 뜻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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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그런데 같은 브랜드라도 라벨색은 제각각인 경우가 있다. 나이키 스포츠웨어의 경우 라벨색은 검은색.회색.흰색 세 가지다. 이 중 흰색 라벨은 복고 스타일을 추구하는 최고급 패션 의류에만 붙는다. 블랙은 전문 스포츠 웨어인 퍼포먼스 라인에, 회색은 패션성에 중점을 둔 스포츠 컬처 라인에 주로 붙는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구분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히트 브랜드의 명맥을 유지하려는 '브랜드 확장'전략 때문이다.

치열한 브랜드 전쟁에서 살아남은 브랜드를 '빅 브랜드'라고 부른다. 이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는 대단해 후발 브랜드가 끼어들 틈을 찾기란 쉽지 않다. 빅 브랜드가 다시 사업을 확장할 경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새 브랜드보다 기존 브랜드에 약간의 변형을 가하는 것이 보다 안전할 터.

대표적인 것이 라벨 색깔의 다양화다. 영국의 디자이너 브랜드인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여성복은 최고급 맞춤복엔 골드 라벨을, 기성복엔 레드 라벨을 붙인다. 독일 남성복 보스에는 블랙.오렌지.그린 라벨이 있다. 블랙은 고급 정장이고 오렌지는 캐주얼, 그린은 골프 등 스포츠 웨어를 뜻한다. 국내 브랜드 중 제일모직의 남성복 로가디스는 블랙.블루.그린.화이트의 네 가지 라벨색을 사용하는데, 역시 블랙이 최고급 라인이고 블루가 그 뒤를 잇는다. 그린 라벨은 캐주얼 의류를 뜻하고 화이트 라벨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캐릭터 정장(캐주얼 정장)이다.

둘째는 이탈리아 패션 거장 조르지오 아르마니처럼 브랜드의 이름을 함께 변형하는 경우다. 최고급 맞춤 라인은 아르마니 프리베이고 다음은 블랙 라벨인 조르지오 아르마니다. 이어 화이트 라벨인 아르마니 콜레지오니와 엠포리오 아르마니,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아르마니 진 등이 줄을 잇는다. 참고로 프리베는 한국에선 볼 수 없고,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전문점에서만 팔며 콜레지오니는 백화점에 들어간다고 한다.

사실 옷을 살 때 라벨 색깔까지 구분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업체들은 홍보에 열을 올린다. 외국 브랜드의 라벨 구분에 익숙한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양주 조니워커를 보면 그런 판단이 타당해 보인다. 처음엔 그저 조니워커라는 인식만 존재했으나 대중화되면서 레드.블랙.골드.블루로 이어지는 조니워커 시리즈를 구분하는 사람들이 많다.

브랜드 전쟁 속에서 소비자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이름 외우기도 힘든 판에 이젠 라벨 색깔의 구별까지 강요받는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과'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 중 어느 것이 정답일까?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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