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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딸이 본 엄마 박완서 … "늘 손을 쉬지 않으셨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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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어린 호원숙씨를 안고 있는 젊은 날의 박완서 작가. 올해 61세인 호씨가 아직 채 돌도 되지 않았을 때다. 호씨가 어머니에 대해 쓴 글을 모은 산문집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에 실려 있다. [사진 달]

4년 전 세상을 떠났지만 소설가 박완서(1931∼2011)는 여전히 독자들의 마음 속에 살아 있다. 주옥 같은 소설, 심지 굳은 산문들이 폭넓게 사랑받는다. 그의 소설을 읽으며 성장한 사람들은 오랜 친구나 가족처럼, 새로운 독자인 젊은층은 그의 글에서 ‘동시대성’을 감지하며 챙겨 읽는다는 게 출판가의 분석이다.

 22일은 그의 4주기 기일이다. 그에 맞춰 사실상 절판 상태이던 그의 산문집 7권(문학동네)과 맏딸 호원숙(61·사진)씨가 직접 어머니에 관해 쓴 글을 모은 산문집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달)가 나란히 출간됐다.

 호씨는 박완서 문학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다.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글을 쓸 때 엄마가 어떤 상태였는지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호씨는 산문집 7권의 편집 과정에 참여했다. 교열은 물론 기존 판본과 비교해 원고 배열을 가다듬고 뺄 원고는 빼는 역할도 했다. 아직 절판되지 않은 대표 산문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등 1977년부터 90년까지 쓰인 박씨의 글을 모았다.

 호씨의 산문집은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인간 박완서’에 대한 기록이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 쓴 글과 떠난 후에 쓴 글, 각종 신문 연재글 등으로 나눴다. 호씨는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심에서 작품 소재가 끊임없이 솟아나와 다양한 독자층을 갖고 있다며 어머니를 예찬한다. 세상을 떠난 후 쓴 글에서는 ‘이 계절을 지내기 힘들다. 엄마가 살아 계실 때 가장 지내기 힘들어하셨던 계절인데 나한테까지 옮아 전해지는 것일까?’라고 안타까워한다.

 호씨는 “엄마는 손을 거의 쉬지 않았다. 정원 손질이든 부엌일이든 소설 쓰기든 계속 뭔가를 하며 손을 놀렸다”고 회고했다. “특히 재봉틀을 잘 다뤄 어린 시절 자식들 옷을 만들어 입히다시피 했다”고 소개했다. 작가연하지 않는 보통 어머니의 모습이 삶에서 글감을 구하고 글대로 살려고 노력했던 작가 박완서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호씨는 “엄마는 무엇보다 글 쓸 때 집중력이 대단했던 분”이라고 했다. 88년 5월 세상을 떠난 남편 얘기를 다룬 단편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을 쓰는 도중인 같은 해 8월 외아들 원태씨가 사망했는데도 흔들리지 않고 남편 얘기로만 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는 “꽃 필 때나 집안에 좋은 일 있을 때, 또 새 생명이 태어날 때 엄마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며 “누구보다 젊게 사셔서 요절하셨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고 했다.

 오는 28일 경기도 구리아트홀에서 타계 4주기 기념 ‘낭독과 음악으로 만나는 박완서’ 공연이 열린다. 무료. 031-550-8800∼1.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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