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도 근로청소년 포교|불교청년실업인회 창립법회서 처음 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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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불교도 현대 산업사회의 절대다수 계층인 근로자들을 위한 산업포교를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한국불교의 근로자포교문제는 불교청년실업인회 창립기념법회 세미나(11일·서울대원저사대법당)에서 처음 공개거론돼 구체적 포교방안으로 근로청소년을 위한 사찰개방과 불교적 노사운영 모델개발등이 제기됐다.
기독교는 신·구교 모두 이미 20여년전부터 「하느님의 선교」(Missio Dei)신학에 따른 산업선교를 전개해온데 비해 불교는 현대포교의 황금어장인 근로현장을 향한 교리정립조차 공개 거론해본일이 없는 황무지 상태였다.
선진규법사(불교조계종포교원포교사)는 세미나 주제발표에서『한국불교는 이제 동양적 윤리관과 전통 민족종교정신을 배양한 불교사상에 바탕한 기업근로자및 청소년교화를 적극전개, 오늘의 산업사회가 부닥친 노사문제는 물론 모든 청소년문제 해결의 길잡이가 돼야한다』고 역설했다.
불교는 흔히 물질생활을 무시하는듯 하지만 이는 물질에 탐닉, 애착하는 범부들에게 물질에대한 정견을 없게하기 위한것이지 결코 물질 그자체를 죄악시하는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불국토건설은 개인완성의 정신적 문제해결에 상응하는 불교의 물질적 문제해결을 구체화한 예-.
즉 불교교리상의 현세적 신앙목적은 정신적으론 완전한 인격자가 됨과 동시에 물질적으로도 그에 상응하는 현실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그는 『불교교리가 완성된 인격인으로 열반을 증득하는 최고 수행방법으로 「근로」를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켰다.
『아함경』『반야경』들의 불교경전은 사정근, 팔정도의 정명, 육파나밀의 정진, 사섭법의 이행·동사등을 통해 현실속의 중생구제를 위한 자리문과 이타문의 근로정신을 고취하고 있다.
깨달음의 지름길인 참선 역시 가는것, 머무는것, 앉아있는 것이나 어묵동쟁이 모두 선이라고 규정함으로써 근로행위도 또한 깨침의 길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는것-.
근로청소년 현황은 81년말현제 3백10여만명으로 전체근로자(1천4백70만명)의 20·6%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청소년현황은 전인구의 절반을 훨씬 넘는 2천1백70여만명(82년말현재)-. 서울에만도 70여만명이나 되는 근로청소년들(19∼24세)은 정상의 학교 가정교육을 떠나 험한 세파를 헤치며 불안과 초조, 열등의식 속에서 반항적 피해의식조차 없지않은채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종교적 구원과 선도는 가정 학교·사회가 삼위일체로 신속히 감싸주는 일반청소년들보다는 근로청소년들에게 절실히 요망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근로청소년이 대학생(21만명)의 3·5배나 되고 전체고교생(40만명)보다도 훨씬 많다.
선포교사는『불교의 근로청소년 교화방향은 우선 불가 고유의 교리인 업인설(연기설)을 교화이념으로 해 자기운명은 어떤 절대자가 좌우하는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어서 자신이 거둔다는 것을 확신시키는데서부터 출발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즉 근로자체가 하나의 수행이며 근로정진으로 악이 소멸되고 선이 과를 맺는 자기완성의 열반과를 얻을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청소년을 교화하는 불교의 자세는 불난집속의 소년을 구하는 부모의 심정(『법화경』비유품)과 자비가 넘치는 『육방예경』의 선선동자 교화방법을 표상으로 내세울만하다.
한편 53선지식을 다찾아보고 보현보살을 만나 10대원을 듣고 아미타불국토에 왕생, 법계의 뜻을 이루는 어려움을 감내하는것과 같은 의지의 교화사명감을 다져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불교사상에 바탕을 둔 화랑교육이 구호에만 그치고 군사용어로나 사용되는 오늘의 불교현실에대한 반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국불교가 1960년대이후 그처렴 강조해온 불교의 시대화·현대화는 하루속히 대내적인 과감한 개혁과 함께 불교기업인의 모범적 노사운영모델정립, 근로자포교프로그램개발, 근로자복지시설 확충, 근로청소년교화 지도자양성, 체계적인 노사교화이념 정립등을 구체화함으로써 실천적 행동력을 보여줘야한다는 것이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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