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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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회가 복음전파와 인간의 구원을 위해 어떻게 재정을 확보하고 운영해 가느냐는 전혀 교회안의 문제에 속한다.
그러나 종교가 관심을 갖는 대상이 다름아닌 인간과 사회의 구원이기 때문에 교회활동은 언제나 한사회의 주목을 받게되는 것도 자연스럽다.
최근 수년간 폭발적으로 각종 종교의 교세가 확장되면서 종교내지 교회활동의 양상이 크게 변모되고 있어 교단 안팎의 반성과 비판이 높아지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최근 수년간 개신교단의 구역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어온 비판의 핵심은 교회가 그 본령이라할 정신적 구제나 선교활동에 비해 종교외적인 성전건립이나 교직자의 축재, 나아가서는 교단의 분열을 자극하는 교파간 경쟁등의 양상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는 개신교단 내부에서 주로 제기되어온 이같은 비판과 반성이 선교1백년을 맞는 오늘의 국내교단에 대해 새로운 성찰과 새출발의 전기를 마련하여 기독교의 참신한 교회상 정립에 일조가 될것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교단안에서 제기 되어온 주요쟁점중 특히 사회의 관심을 모으는 부문은 교회재정의 팽창과그의 비종재적 운영의 병폐가 점차 교단밖에서도 눈에 띄는 점이라 하겠다.
개신교 관계자들의 추산으로는 수년전에 이미 연간 헌금이 1조원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었고 최근에는 서울지역 주요교회의 연간재정이 4천4백억원에 이르렀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우리는 이같은 교단의 통계가 어떤 근거로 산출되었는지에 대한 자료가 없어 재정규모 자체에 대해 논급할 위치에 있지 않다. 다만 우리는 이같은 교회재정의 팽창이 매우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헌금의 종류가 38종이나 되는 매우 다양한데 놀라움을 금할수 없다. 더우기 세인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같은 교회재정의 상당부분이 교회의 본래 기능이라할 선교나 구제사업보다 교역자 생활비나 관리비, 교회치장등에 더 비중을 두고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교회가 선교와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을 구제하는데는 소홀하고 교역자들의 생활비와 교회치장, 기도원건설등에 더 열심히라는 교단안팎의 비판은 충분히 경청할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교회가 서 있어야 할 존재이유가 정신적 구원에 있다면 지나치게 물질주의·배금주의로 흘러가는 교회운영은 비단 기독교단의 문제라기보다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여 우려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아직도 우리사회는 기독의 사람으로 구원받고 물질적으로 도움받아야 할 계층이 곳곳에 남아 있다. 더 많은 구역자들은 아직도 어려운 여건속에 개척교회, 농촌교회에서 사람의 헌신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음을 볼 때 일부 교회의 사치와 독선은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랑의 실천을 위한 수단이 어느덧 목적으로 바뀌고 정신구원의 장인 교회가 배금풍조에 물들어 가고 있음은, 비록 그것이 일부 도시교회에 국한된 것이라해도 우려할 만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물질주의는 재정조달에서도 엿보여 헌금이 구속의 은혜에 대한 감사에서 벗어나 신유와 신복의 대가로 변모하는 세태도 한심스럽다.
우리는 한국교회에 대한 교단안팎의 이같은 비판과 반성이 새로운 전기가 되어 우리사회가 진정으로 기다리는 사랑의 실천으로 승화되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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