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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어려우니 …" 사측에 먼저 금품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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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9일 검찰에 따르면 강씨는 2001년 8월 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 박복규(58.구속)씨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노총 차기 위원장에 출마하려면 조직 관리 차원에서 단합대회를 열어야 하니 경비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박씨는 "(노사 갈등 현안과 관련해)사측에 유리하게 노조원을 설득해 달라"며 2500만원을 강씨의 계좌로 송금했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박씨가 부탁한 사안은 택시기사의 복지 향상을 명목으로 택시회사들이 감면받은 부가세액을 배분하는 문제와 기사월급제 도입 등과 관련한 것이다.

강씨는 2003년 10월 서울 역삼동 횟집에서 박씨와 만나 500만원을 받는 등 박씨로부터 모두 5100여만원을 받았다. 강씨는 민주노총 부위원장으로 선임된 뒤인 올해 2월과 9월에도 돈을 받았다.

강씨는 또 지난해 10월 서울택시운송조합 이사장 이모씨에게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전화를 걸어 "개인적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우니 도와 달라"고 부탁해 2000만원을 송금받는 등 이씨로부터 모두 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영장에 나타나 있다.

강씨는 8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금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일부는 후원금으로 받았고, 나머지는 빌린 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당 판사는 그러나 "금액이 많고 사회적 파장이 크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씨가 받은 돈의 상당 부분은 채무변제 등 개인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는 별도로 강씨에게 돈을 건넨 박씨가 권오만(53.수배 중) 전 한국노총 사무총장에게 청탁과 함께 건넨 금액도 당초 파악된 액수보다 5000만원이 많은 1억3000여만원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 지도부의 비리 성토하는 글 잇따라=민주노총 홈페이지(www.nodong.org)에는 노총 지도부의 비리 연루를 질타하는 조합원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조합원(ID:현장에서)은 "현장과 거리에서 자존심 하나로 버티며 살아온 이 땅의 노동자들이 모조리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찍혔다"며 "비리.뇌물로 얼룩진 민주노총 현 지도부는 총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다른 조합원(ID:즉각사퇴)은 "현 지도부는 더 이상 자본의 하수인 노릇으로 노동자 민중을 착취하지 말고 미련 없이 떠나라"며 "민주노총의 도덕성 회복을 위한 비상기구를 발족시키고 임원 선거 직선제를 도입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강씨가 긴급체포된 7일 "이번 사건에 대해 즉각 공정한 자체조사에 착수해 문제가 되는 행위가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투명하고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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