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간 정동영 장관 "이명박 시장 좋은 일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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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9일 청계천을 찾았다. 휴일인 이날 오후 정 장관은 광화문 옆 정부청사에 출근했다가 티셔츠에 운동화 차림(사진)으로 배오개 다리(청계4가)로 차량 이동했다. 거기서 광교를 거쳐 다시 청사까지 40여 분간 걸었다.

공식 일정은 아니었다. 모자를 눌러 쓰고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일부 시민들은 그를 알아보고 악수를 청했다.

정 장관은 배오개 다리에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청계천 역사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서울시 공무원들의 추진력, 창의적 발상, 불편을 참은 시민들의 합작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지난달 8일 한 특강에서도 "이 시장이 발상을 전환해 좋은 일을 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발 독재 시대의 콘크리트 더미 속에 갇혀 있던 청계천이 열리게 돼 가슴이 시원하다"며 "개발 일방주의 시대는 끝나고,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게 국민의 생각"이라고 했다.

대중성에 자신감을 보이는 정 장관으로선 차기 대선의 본선 구도를 '정동영-이명박'으로 설정하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여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아침 방영된 SBS TV의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대통령 중임제를 다시 제안했다. 지난달 방송사 인터뷰에서 "대통령 단임제는 수명을 다했다"고 밝힌 데 이어 두 번째다. 그는 "5년 단임제는 장기 집권의 폐해를 막기 위해 중남미에서 만들어진 제도"라며 "(우리는) 장기 집권을 걱정하는 수준의 민주주의는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제를 하려면 정상적인 대통령 중임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9일 기자들을 만나선 "(방송 진행자가) 물어보기에 평소 생각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각의 일원으로 정치적 언행을 자제했던 그간의 사정에 비춰 보면 정 장관의 이날 행보는 상당히 정치적이다. 열린우리당에선 10.26 재선거나 내년 초 그의 조기복귀론이 계속 나오고 있다. 12월 정기국회가 끝나면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론을 포함한 강도 높은 새로운 정치 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다. 정 장관의 이날 모습은 김정일 면담과 6자회담 공동선언에 성과를 거둔 뒤 정치 복귀를 대비해 징검다리 하나를 놓은 것으로 해석됐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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