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덕씨 무소속 출마에 혼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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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에는 박혁규(한나라당) 전 의원이 있다. 두 사람은 박 전 의원을 면회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이다. 박 전 의원은 지난해 4월 17대 총선 당시 광주시에서 당선됐으나 지난달 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잃었다. 면회는 한 시간가량 계속됐다. 면회실을 나온 정 후보는 "오해가 풀렸다. 박 전 의원으로부터 선거에 대한 조언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전날에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홍사덕 전 의원이 구치소를 찾았다. 홍 전 의원은 면회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의원이 나를 지지해줬다. 박 전 의원이 쓰던 지역구 사무실과 집기를 쓰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에 대해 현지에서 만난 선거 관계자는 "결국 조직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박 전 의원은 경기도의원 3선, 국회의원 재선을 거치며 나름대로 지역 기반을 다져왔다.

당초 이곳은 한나라당의 낙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공천에서 탈락한 홍 후보가 무소속으로 뛰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선거 초반은 한나라당 지지표 확보전 양상이다. 홍 후보는 "실질적인 한나라당 후보는 바로 나"라며 "선거에 이긴 뒤 당에 복귀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공천에 불복한 사람의 복당은 있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열린우리당 이종상 후보는 어부지리를 노린다. 이 후보는 "지난 총선에선 600여 표 차로 석패했지만 이번엔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민주당 이상윤 후보는 '광주 토박이'임을 강조하며 변수로 떠오른 케이스다. 후보들 공약에는 별 차이가 없다. 모두 "각종 규제를 완화해 분당처럼 잘 사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며 자신이 '적임'임을 주장한다. 민주노동당 최종원 후보만 '환경 보호 강화'를 주장한다.

관전자들의 관심은 선거 결과가 야당 지도부에 미칠 영향이다. 한나라당이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바로 '잘못된 공천=지도부 인책론'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나라당 차기 대선 주자들의 경쟁 판도에도 크고 작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5선 관록의 중진인 홍사덕 후보가 정 후보에 대한 적극적 지원 유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박근혜 대표의 바람몰이를 어떻게 막아내느냐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후보들은 바쁘다. 9일 오전 광주시 경안천 둔치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는 이종상.정진섭.이상윤.홍사덕 후보가 모두 나와 악수 공세를 벌였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싸늘하다. 경안시장에서 쌀 가게를 하는 이모(52)씨는 "찍어줘도 (감옥에) 들어가고 하니까 누가 되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이모(59)씨도 "승객들 누구도 선거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도 광주=강주안 기자

*** 바로잡습니다

◆ 10월 10일자 4면 '10.26 재.보선 경기도 광주 가보니…'의 그래픽 자료에서 민주당 이상윤 후보는 1964년생이 아니라 1946년생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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