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너무 많아… 생략으로 함축미와 여운 남기도록|『현충일』…6·25때 산화한 영령통해 조국의 현실 잘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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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람이 군살이 끼면 보기도 좋지않을 뿐만아니라 비대해지는만큼 병도 따른다고 한다. 그러므로 군살을 빼기 위해서 조깅도 하고 맨손체조도 하는등 성향과 체질에 맞는 운동을 선택하여 건강과 체력관리를 하는것처럼 문장도 군살(군더더기)을 빼야한다.
지금껏 시조를 대하면서 느끼는 것은 군더더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고도의 압축적 표현을 요구하는 시조에 있어서 보충적 설명이 들어있으므로 야기되는 병폐는 시상의 전개가 지리해지고 정서의 흐름을 완만하게하여 시적 긴장감을 잃는것이다. 따라서 시로써 성공하지 못할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대개 초심자들은 독자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의구심 때문에 친절하고 자상하게 표현하려한다. 그러나 그로 말미암아 시조를 해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유명한 엘리어트의 『황무지』라는시(초고)도 에즈라 파운드에 의해 반에 가까이 삭제되고 재구성됨으로써 우수한 작품이되었다는 후문은 좋은 예라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읽어오는 동안 특별한 경우외에는 손을 보지 않았으나 대개가 잘려진(생략)작품으로 발표되었음을 작자들은 잘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것은 작자들 스스로 생략의 묘를 익힐 수 있도록하기 위함이었다.
생략이란 암시적인 언어로 간결하게 표현하고 잡다한 말들은 생략하여 여운의 맛을 가지게 함과 동시에 함축미와 여운의 아름다움을 독자로 하여금 느끼게하는 기법인 생략법은 시조에 몹시 중요한 표현 기술이되는 것이다.
『현충일』은 6.25전란에 산화해 간 영령들을 생각해 본 작품으로 조국의 현실과 비극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글로스터언덕』은 옛 전우들을 생각하며 외국전우와 더불어 세운 전공과 그들의 명복을 빈 작품이다. 『시장에서』는 산나물을 통한 산의 정취가 잘배어난 시조며『절에서』는 산을 배경으로 절의 존재와 자신의 인식상황을 그린작품이라하겠다.
『창』은 창을 의인화하여 자신의 심상의 창을 그린 작품이며『청보리』는 역사 의식을 바탕으로 청보리의 꿋꿋한 삶의 의지를 나(한국인)의 의지찬 소망으로 그려낸 시조라 하겠다.
『솔잎』은 아직은 좀 여리나 자연대하는 맑은 서정의 눈이 있어 뽑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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