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올케의 편지-이영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친정 막내올케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형님, 안녕하세요』로 시작되는 편지는 친정어머님보다 더 심금을 울려주고, 다정했던 친구보다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덧붙여주는 고마운 글귀였다. 막내올케는 의사인 남동생과 집안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해봄 결혼식을 올렸다.
막내올케는 부모의 정을 받아보지못한 고아였기에 혹 정이 결핍되지나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그것과는 반대였다. 여든이 넘으신 시할머님을 비롯하여 지난해 회갑을 맞이하신 시아버님께도 한달에 한두통씩 꼭꼭 안부편지를 보내 남달리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한다고 얼마전 친정아버님이 말씀하셨다.
전화 한통화로 인사말과 안부를 대신하는 요즈음 시집 식구들에게 꼭 편지로 인사하는 막내올케야말로 우리를 깊이 감동케 한다.
얼마전에는 막내올케가 여든이 넘으신 시할머님을 모시고 제주도까지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정성이 깃들인 편지가 오가고 어려운 난관에 처해 있을때 따뜻한 위로의 말을 던져줄수 있는 포근함이 진정한 우애인것같다.
결혼한지 10년이 되었지만 시집식구들에게 몇통의 편지를 썼을까 생각하니 새삼 부끄러워진다.
2남인 남편과 함께 직장관계로 이곳저곳 전근 다니다보니 시부모님께 물질적으로만 겉치레로 오갔을뿐 며느리로서 따뜻한 마음의 글을 한장 드리지못한 불효를 저질렀다.
막내올케의 고마움을 배워 늦은 감이 들지만 꼭 실천하리라 마음 먹어본다. 시부모님께서도 반가와 하시리라 생각하니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마음이 설레는 것은 왜일는지….

<강원도평창군대화면하대화5구3>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