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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여장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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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행운이라고요? 내가 노력한 당연한 대가지요.』
「대처」영국 수상은 오늘 아침에도 이런 말을 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는 58년동안 꼭 세 번 이 말을 한 셈이다.
첫번째는 9살 소녀시절 학교의 시낭송대회에서 l등상을 받았을 때. 선생님의 칭찬에 그렇게 대꾸한 것이다.
두번째는 1975년 2월 「히드」를 물리치고 보수당 당수에 뽐혔을 때. 기자들의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했었다.
3백년 보수당 사상, 아니 대영제국 사상 최초의 여당수가 된 소감은 「신데렐라」의 달콤한 얘기가 아니었다.
그후 4년만인 79년, 여당수는 드디어 여수상이 되고 말았다. 「철의나비」,「철혈 여장부」란 별명이 적중한 셈이다.
과연 이 「철의 나비」는 82년의 포클랜드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카키복의 장군아닌 진주목걸이의 여수상이 해낸 일이었다.
그보다 더 장부다운 일은 20년 가까이 영국을 괴롭혀 온, 이른바 「영국병」퇴치를 위해 메스(수술도)를 들고 나선 것이다.
이런 얘기가 있다. 전후 최고의 실업율과 최대의 불황에 허덕이던 81년, 「대처」는 오로지 재정긴축정책을 밀고 나갔다. 노동당은 국민의 비명을 대변하듯「대처」수상에게 일제히 화살을 쏘았다. 이 때 「대처」 수상이 한 말이 있었다.
『하루 전에 수술 받은 환자에게 「마음 놓고 푹 쉬어요」하는 말보다는 「이제 하루 지났으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걸어봐요」하는 말이 더 유익하다.』
「대처」의 그런 강인한 면모는 노조와의 대결에서도 나타났다. 그는 생산생이 떨어지는 탄광을 숫제 폐광시켜 버렸다. 공무원들의 봉급인상 요구도 한마디로 『노!』.
가만히 있을 노조가 아니었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 극러나 「대처」는 후퇴하지 않았다. 만성적인 영국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비상수단이 불가피하다는 주장.
이번 6월 총선에서 보수당이 역승을 거둔 것은 그런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이해를 나타낸 것이다.
영국 속담에「식후의 사람들은보수주의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한 때 유럽을 휩쓸던 사회주의 정권들은 결국 묘방도, 처방도 내놓지 못하고 말았다. 프랑스는 그 좋은 본보기다. 영국노동당도 그점에선 똑같다. 일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복지를 주장하는 노동당보다는 민간기업을 격려해 경제성장을 꾀하는 보수당에 국민은 더 많은 표를 던졌다.
보수당의 강점은 보업수성(오자)이다. 업을 유지하고 성공을 지키는 일이다. 영국 사람들은「대처」수상의 『레이저광선 같은 시선』, 『불연성의 신경』,『날카로운 본성』에서 대영제국을 보업수성하려는 의지를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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