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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알차게 활용 삶의 질 업그레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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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징 (downsizing) 기업이 업무나 조직의 규모를 작게 축소하는 것 또는 주택을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옮기는 것.

일본 아사히TV에 ‘와타나베의 건축 탐방’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멋진 건축물을 소개하는데 2~3층 규모의 일반 주택도 자주 다룬다. 1개 층이 평균 21㎡(6~7평), 3개 층을 모두 합해도 30평이 넘지 않지만 층별로 구석구석 알차게 꾸며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필지에 두 가구의 건물을 붙여 지은 ‘땅콩집’ 붐이 일었다. 소형 주택을 짓거나 셰어하우스, 셰어오피스에 입주해 생활하기도 한다. 주거·업무 공간의 다운사이징이다.

결혼 3년차 딩크족(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인 최성훈(40)·김혜민(38)씨 부부는 지난달 신혼 초부터 살던 105㎡(32평) 아파트를 팔고 서울 근교에 있는 2층짜리 소형 주택으로 이사했다. 최씨는 “평일에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적은데 굳이 넓은 아파트를 고집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며 “소형 주택으로 이사하면서 공간을 효과적으로 분할하는 공사를 통해 디자인을 하는 아내를 위한 작업실과 A/V공간을 꾸미면서 집 전체를 알차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 소셜 벤처를 위한 셰어오피스 ‘카우앤독’에서 창업 준비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2 서울 불광동 코하우징 공간 ‘구름정원사람들’.

집 크기 줄여 남은 돈으로 풍요로운 생활

다운사이징이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싱글이나 자녀 없는 젊은 부부, 실버 세대와 은퇴 세대의 증가로 인해 주거생활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0년 15.5%에 그쳤던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2010년 23.9%로 급증했으며 2015년에는 25%를 넘어서면서 전통적인 4인 가구 비율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에는 1~2인 가구가 62.5%까지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집을 사는 것(buy)에서 사는 곳(live)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도 주거 다운사이징 배경 중 하나다. 굳이 넓은 아파트에서 높은 유지비 부담을 안고 사느니 주거 면적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소유’보다 제대로 ‘누리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1인 가구들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 증가

집이 좁아졌다고 해서 생활이 궁핍해지는 것은 아니다. 획일적으로 사용했던 주거 공간의 고정관념을 깨고 취향에 맞춰 집을 꾸미는 경우가 늘고 있다. 거실을 주방 겸 서재로 활용하게 꾸미거나 접이식 소파베드를 놓아 야간에는 침실로 활용하기도 한다. 틈새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기능성 수납 가구나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이 결합된 멀티 가구도 인기다. 노진선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몇 년 전만 해도 제대로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경우는 40평대 이상 아파트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20평대 소형 주택 인테리어 문의가 늘고 있다”며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개성 있게 꾸며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거리에서 정서적인 교감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웃과의 교류다. 1인 가구들이 함께 거주하는 셰어하우스, 3~4인 가족 단위 가구가 모여 살면서 공간을 공유하는 코하우징, 사무실을 공유하는 셰어오피스 등 새로운 개념의 공유 공간이 붐을 형성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하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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