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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DJ정부 도청 성역 없이 수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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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런데도 김 전 대통령 측은 여전히 정권 차원의 도청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속성상 국정원 차장의 개인적인 판단으로 도청이 이뤄질 수는 없다. 상급자인 원장도 불법 감청을 인지했을 것이고 도청 내용은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봐야 한다. 인권을 거론하던 김 전 대통령 측이 이런 식의 도청행위를 한 사실은 양두구육적인 행태라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얼마 전 현 국정원의 도청 조사 결과 발표와 검찰의 수사에 반발해 전 국정원장들이 집단행동을 꾀한 것 역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들이었다. 지난 8월 "(DJ정부에선) 정권이 책임질 만한 그런 과오는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도 해명이 필요하다. 검찰의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단정을 하게 된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도청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가장 추악한 범죄다. 도청을 추방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이뤄졌고, 혹은 지금도 진행 중일지 모르는 불법 감청의 진상을 낱낱이 파헤치는 것이 지름길이다.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도청 지시자와 보고받은 사람, 도청을 통한 사찰 내용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정치권 인사 등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조사 대상이 전 국정원장이든, 전직 대통령이든 조사에 성역을 설정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