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첩보기관 요원 되려면 앉아있는 걸 좋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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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있는 걸 좋아한다고? MI5가 당신을 원한다.”

영국 국내 정보를 담당하는 MI5의 감시요원 모집 공고를 보도한 영국 가디언의 촌평이다. MI5는 최근 대테러부터 첩보 활동까지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감시요원을 모집하며 유사한 설명을 했다. “상당히 오랫동안 꼼짝 않고 있으면서도 최고의 경계 태세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꽤 오랜 시간 앉아있어도 편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란 의미다. 그러다가 “막상 일이 시작되면 양손으로 몇 개의 장비를 동시에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감시가 주 업무인 만큼 관찰력을 뛰어나되 자신이 두드러져선 안 된다는 게 요건에 포함됐다. “도보든 차량을 이용하든 사람이나 장소를 관찰하기 위해 스스로는 주변에 녹아 들어야 한다. 얼굴&목&팔에 문신 등 남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키도 제한이 있어서 여자는 172.7, 남자는 185.4㎝ 이상은 곤란하다고 했다.

MI5는 응시자들이 자신의 관찰력을 판단해볼 만한 간단한 퀴즈도 냈다. 몇 가지 영상을 주곤 자전거가 몇 대 지나갔는지 사람들이 무슨 대화를 했는지 등 세부 사항을 묻는 내용이다. 운전과 길 찾기 능력도 중시했다. 내비게이션이 아닌 전통적인 지도를 읽고 길을 찾아야 한다. 또 어떤 도로에서든 운전을 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들 요원의 처우는 어떨까. 연봉은 4490만 원 정도이나 70일간의 집중 훈련 기간을 거친 후엔 5000만원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가디언은 “감시요원의 경우 승진 기회가 제한될 수 있으니 영화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되고 싶은 사람은 지원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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