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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 원인은 '프랑스의 이중 속도'

중앙일보

입력

“‘이중 속도의 프랑스(two-speed France)’가 파리 테러의 원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의 근본 원인으로 “백인 중산층과 비교해 가난한 무슬림이 차별 속에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사회 뒤편으로 밀려나고 있는 프랑스의 사회 현실”을 지적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테러의 배경에는 민족간 소득 격차와 무슬림에 대한 차별이 깔려 있다는 풀이다.

FT에 따르면 프랑스의 평균 실업률은 10%인 반면 무슬림 밀집 지역 실업률은 20%에 달한다. 재소자 비율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프랑스 무슬림은 전체 인구의 10% 수준이지만 수감자의 절반이 무슬림이다. 프랑스 태생 무슬림의 부모 세대는 과거 식민지 시절 모로코ㆍ알제리ㆍ튀니지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 일자리를 찾아 국경을 넘었다. 그들은 단지 ‘온수가 나오는’ 집에 산다는 사실만으로도 꿈을 이뤘다고 만족했다.

그러나 자녀 세대는 다르다. ‘자본주의의 아이들’인 이들은 백인 젊은이와 같은 꿈을 꾸지만 차별의 장벽이 높다. 사회에서 소외된 청년 무슬림들은 급진주의에 빠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파악한 지하드(성전) 조직에 가담한 자국민은 1240명으로, 영국(600명)·독일(550명)의 두 배를 웃돈다.

여기에 서방 미디어가 무슬림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기도 한다. 미국 보수 언론인 폭스뉴스는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영국 버밍엄을 ‘무슬림 도시’라고 비꼬았다. 비난이 거세지자 뉴스 진행자인 자닌 피로가 공식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CNN방송이 18일 전했다. 피로는 지난 9일 방송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죽여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프로그램 게스트로 출연한 한 인사는 “영국 버밍엄은 무슬림 천지”라고 주장했다. 2011년 인구 조사에 따르면 버밍엄 인구의 22%만 무슬림이며 46%가 기독교도다.

유럽은 파리 테러 이후 테러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독일 드레스덴에서 매주 월요일 반이슬람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유럽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이 테러 위협에 집회를 취소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8일 보도했다. 독일 경찰도 성명을 통해 PEGIDA의 리더 중 1명에게 구체적인 살해 위협 정보가 입수됐다면서 19일부터 드레스덴에서 PEGIDA를 비롯해 모든 대중 집회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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