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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는 車가 달라 대란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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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4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문배동 CJ GLS 택배터미널.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로 온 나라가 '물류대란'을 겪고 있지만 이 터미널은 한가하기만 하다.

물품을 분류해 고객에게 배송하는 터미널 분류장은 텅 비어 있다. 1t 트럭 56대가 이날 오전 9시~9시30분에 배송할 물량을 모두 싣고 떠났기 때문이다.

최이철 용산터미널 관리담당은 "오후 8시쯤 되면 각 차량들이 내일 배송할 물품을 싣고 들어올 예정"이라면서 "화물연대가 운송을 거부한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배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로 전국이 '물류대란'에 휩싸여 있지만 물류회사인 택배업체는 끄떡없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

일반 화물 수송과 달리 택배업체는 ▶ '다단계 알선'이 없고▶택배업체가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이며▶'용차(지입 차량)'는 성수기에만 일부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업체의 지속적인 출현으로 택배비가 10여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택배업체는 경영합리화와 구조조정 등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다.

◇다단계 알선이 없다=택배사는 영업소와 1대1 계약을 하기 때문에 중간에서 알선료를 챙기는 알선업체가 없다. 중간 알선업자에 화물을 떠넘기는 일반 화물수송과 달리 택배는 회사가 영업활동으로 유치한 화물을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으로 운용된다.

택배업체가 영업소에 배송할 물품을 갖다주면 영업소는 자체 택배기사를 통해 물품을 고객에게 배송한다. 이 과정에서 영업소 소속인 일반 기사와 지입 기사를 활용한다. 하지만 택배회사가 직접 대부분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으며 지입 기사는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 때에 주로 투입된다.

CJ GLS 관계자는"택배 기사들은 집배송한 박스의 수량에 따라 월급을 받는데 보통 1백50만원 정도 받는다"면서 "지입 차량 기사의 경우 월급에서 차량 감가상각비.기름값 보조금으로 50만원을 더 지급한다"고 말했다.

또한 5t 이상의 트럭은 차량이 5대 이상이어야 사업자 면허가 나오지만 택배에서 주로 쓰는 1t 트럭은 한대로도 사업자 면허를 받을 수 있다.

5t 이상의 차량이 대부분인 화물연대의 차주와 달리 택배회사의 지입 차주는 '운송회사에 목을 매'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현재 택배 배송차량의 99%는 1t 차량이다.

◇시스템을 투명하게=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박스당 단가가 사업 초기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1992년 박스당 택배비가 7천~8천원이던 것이 요즘에는 3천5백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택배비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택배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물류시스템의 정보기술(IT)화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비용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한진택배는 물류업계 최초로 개인휴대단말기(PDA)를 도입하는 등 디지털 배송체제를 구축했다. 배송직원에게 PDA를 지급해 화물을 집하할 때 화물정보를 실시간 입력할 수 있게 돼 처리시간이 단축됐다.

또한 자동분류기 등 최신 물류설비를 물류센터에 도입했으며 각종 물류설비를 갖춘 물류센터를 사업초기 10개에서 최근에는 50개로 확충했다.

현대택배도 PDA 등을 활용한 '디지털 배송체제'를 갖추기 위해 65억원을 투입해 '신 택배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오는 6월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현대택배 관계자는 "이러한 디지털 시스템을 통해 물량을 예측하고 적재적소에 택배 장비와 인력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람에게 투자한다=CJ GLS는 올해부터는 영업소 택배 기사들에게도 본사 정규직과 같은 수준의 복리제도를 신설했다. 택배기사들에게 CJ그룹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때 정규직과 같은 수준의 할인을 받는 'CJ멤버십 카드'를 지급하고 있으며 무료로 정기 신체검사도 해주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택배 기사들에게 최대한 대우를 해줌으로써 택배기사들은 집배송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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