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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진출업체 갈수록 고달프다|저유가시대 맞아 건설수요 격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중동에서 건설업체들의 수주각축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저유가시대에 접어들어 건설시장이 접차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건설수출의 66%를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마저 사상최초로 1백억달러의 적자예산을 편성할만큼 재정형편이 어려워 개발계획을 축소하고 있다.
자국화정책, 현지업체의추격, 태국·인도·필리핀등 저임국의 도전등도 우리건설업체들에게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중동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리가 밀려서는 안된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한 한국업체는 모두 70개사. 금년도 수주실적은 17억6천7백만달러로 지난해의 절반수준이다. 73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첫발을 내디딘 이래 8백85건을 계약, 3백76억5천8백만달러의 건설계약실적을 올렸다. 지금까지지의 상품수출 35억8천5백만달러와는 비교가 안된다.
이 계약액은 해외건설총계약액 5백73억3천6백만달러(1천8백19건·82년말현재)의 66%다. 이중 5백4건 1백19억달러공사가 완공됐고 4백34건 2백75억달러공사가 진행중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황금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수입감소에 따른 투자계획연기로 우리건설업체의 수주절대액수는 올해들어 4월말현재 지난해의 절반밖에 안되는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다.
이미 발주한 공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대림산업의 경우 일본회사와 컨소시엄을 형성, 3억2천만달러의 아시르 담수화 공사를 따냈으나 발주처가 계약을 취소했으며 1억달러의 알바틴 주택공사도 최저입찰자로 선정됐으나 공사수주가 연기됐다
현대건설도 알코바 발전소공사를 따냈으나 계약이 뒤로 미뤄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된 우리나라의 건설요원은 모두 11만7천8백21명. 관리직 4천6백36명, 기술직8천6백79명, 기능공 10만4천5백6명이다. 우리 건설업체가 고용하고 있는 외국인은 3만7백34명.
사우디아라비아는 옛날보다는 못하다 뿐이지 그 저력은 아직도 대단하다.
서민주택용 건물이 평균75평이나 된다.
코오롱·공영토건이 건설한 주베일담수화공단주택도 절반이 아직 비어 있다. 『땅이 넓은데다 먼 미래를 내다본다면 크게 지어야하고 자금은 비었지만 언젠가는 입주할 것』이라는 대답이다.
럭키개발·한양·삼익주택·신성·정우등 5개사가 컨소시엄을 형성, 참여하고 있는 리야드근교 킹사우드대학도 매머드급.
전체부지가 여의도와 비슷한 3백만평이고 연건평은 19만평이다. 공사금액은 5억2천8백만달러.
풍림산업의 경우는 아람코지역에서 주로 소규모공사로 재미를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공사를 맡았으나 감리자인 미공병단이 건설능력을 의심, 동산토건에 건설매니지먼트를 맡긴 왕립육군사관학교는 우리건설업체의 능력을 과시한 좋은 예. 건설매니지먼트만으로 12%의 이익을 보장받고 있다.
우리건설시장의 문제점은 자국화정책, 개발계획축소, 한국기능공의 고임금, 낙후된 기술이다.
사우디아라비아 3차5개년계획의 기본목표는 민간참여유도, 인력 및 자원개발, 복지향상. 모든 외국업체 계약공사는 계약액의 30%이상을 사우디아라비아업체에 의무적으로 하청을 주도록 왕실칙령으로 의무화했다.
장비·자재·운송·보험·금융·식료품취급업무는 사우디아라비아업체에 제한하고 있으며 대형공사는 사우디아라비아업체가 능력부족으로 참여할 수 없자 공사를 분할해 입찰하고 있다.
비자발급제한으로 한국인의 취업이 점점 불리해지고 있다.
제3국들이 값산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국에 맹추격을 벌이고 있다.
국내근로자의 평균노임은 시간당 1달러 56센트인데 제3국근로자는 96센트.
우리의 살길은 토목부문은 현지업체에 넘겨주고 선진국처럼 플랜트건설에 참여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 현지업체와 대사관의 부석이다.
선진국과 컨소시엄을 형성, 기술개발을 하는 한편 중소규모플랜트는 단독으로 따내고 장기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업체와 합작을 한층강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리야드(사우디)=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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