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재산이 30억으로 그래도 그는 당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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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나친 욕심은 반드시 화를 부른다."

20년 이상 전통 제조업으로 한 우물을 팠던 주해성(49.사진) 에스피컴텍 회장은 기자를 만나자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그는 요즘 베트남 쌀국수 체인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사업가가 큰 돈을 벌면 좋은 쪽으로 환원해야지요. 그렇지 않으면 비겁합니다. 저는 돈 자체보다는 사업 확장에 신경을 더 많이 썼어요."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피컴텍의 주가는 한때 3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주가가 좋을 때 주 회장의 지분가치는 1000억원을 웃돌았다. 2002년 초 주 회장은 한국의 주식부호 15위에 오르기도 했다.현재 에스피컴텍의 주가는 1000원대로 떨어졌다. 2001년 1494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소형 중계기와 유무선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이 회사는 2003년 매출이 전년보다 90.5% 줄어든 8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던 삼성전자가 구매처를 바꾼 탓이었다.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동안 주 회장은 주식을 한 주도 팔지 않았다. '머니게임'으로 증시를 어지럽히는 일부 코스닥 대주주와는 달랐던 셈이다. 그는 "비겁하게 나부터 살자고 주식을 팔아 돈을 챙기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특수관계인을 포함, 주 회장의 지분은 65% 정도다. 회사의 시가총액은 요즘 100억원을 밑돌고 있다.

에스피컴텍은 지난해 매출이 30억원에 미달해 현재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곤지암 공장라인도 중단했다. 주 회장은 "이미 구조조정이 끝났기 때문에 에스피컴텍이 상장폐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스피컴텍을 순수 지주회사로 삼아 자회사인 우리개발과 무전극 램프 개발 전문업체인 세광에너텍을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우리개발은 건설과 외식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주 회장은 특히 베트남 쌀국수 체인 '호아센'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주 회장은 "올해는 호아센에서만 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아센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베트남 요리를 만들기 위해 베트남식 향초를 가급적 적게 쓰고 국내에서 생산된 청양고추를 쓰고 있다.

"앞으로 우동 시대는 가고 베트남 쌀국수 시대가 올 것입니다." 주 회장은 "앞으로 가격을 낮춰 베트남 쌀국수의 대중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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